걷기여행

통도사, 부산여행

이미영전북 2023. 6. 21. 12:54

2023.6.16~18(2박3일)

이번 여행은 영축산 통도사(643년, 자장율사 창건) 를 들러 부산을 여행하는 코스이다.

난 통도사는 몇 년 전 친구들과 왔었지만 부산을 천천히 여행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침 전주에서 부산행 첫 고속버스를 타고 9시50분, 노포동 부산종합터미널에 도착해 수원에서 온 조카와 언니를 반갑게 만났다. 부산종합터미널에서 양산 통도사까지는 30여 분 걸리는 가까운 거리였다. 

통도사 입구에서 몇 년전 전주에서 통도사 부근으로 이주해서 작업실을 내고 불경 사경 작업을 해오고 있는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겐 통도사 하면 떠오르는 풍광이 무풍한송로와 자장암에서 바라보는 장엄한 영축산 모습이다.

이윽고 문득 문득 떠오르던 통도사 가는 길, 무풍한송로를 걸었다.

역시 수백년 나이를 먹은 노송이 늘어선 무풍한송로를 걷노라니 감동과 환희심이 샘솟는다.

텅빈 침묵 속에서 이 길을 한없이 걷고 싶다.

무풍한송로 걷는 중간에 위치한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하며 흐르는 물소리, 소나무를 바라보는 여유로움을 즐겼다.

내가 가본 여행지에서 숨이 멎을 것 같았던 울림을 느꼈던 곳은 국내에선 단연코 무풍한송로이고, 국외에선 이스탄불의 소피아성당, 바이칼호수의 알혼섬, 타클라마칸사막 등을 꼽고 싶다.

통도사에 도착해 국내 3보 사찰중 불보사찰인 경내를 천천히 돌아보았다.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통도사를 왔다는 언니는 고색창연한 전각과 탑들을 바라보며 연신 탄성만 지른다.

통도사 대웅전은 금강계단에서 부처님 사리를 모시고 있어서 부처님을 모시지 않은 적멸보궁이다.

암자인 지장암, 서운암의 장경각을 올라가는 숲길의 풍경에도 취해보았다. 마지막으로 성보박물관을 관람하고, 통도사  절에서 운영한다는 음식점에서 점심 콩국수를 먹었다. 시원하고 구수한 콩물 맛이 좋았다.

통도사를 나오며 친구의 작업실에 들러 작품도 보고, 친구가 끓여주는 보이차를 마시니 더위가 조금은 가신다.

무풍한송로
통도사 대웅전(국보 제290호)
금강계단-부처님 사리탑(국보 제 290호)
봉발탑(고려, 보물 제471호)
대웅전 계단 측면

친구의 사경 작품을 보면 너무도 정교하고 섬세해 도대체 상상이 안간다. 훈민정음 한글 사경작품도 보여주며 언젠가 아이들이 자라는 학교에 기증하고 싶다고 했다. 친구는 10월 말에 통도사에서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아쉬운 작별을 하고 부산으로 향했다. 부산 거리 곳곳엔 2030 세계국제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먼저 어판장이었던 곳을 개조해 열었다는 모모스 카페에서 휴식하면서 부산을 느껴보기로 했다. 바리스타인 조카의 말에 의하면 부산의 로컬 뷰를 생각하고 이 곳에 카페를 열었다고 한다. 카페에서 보이는 빼곡한 어선들과 영도바다 뷰가 여행자에게 편안함을 주었다.

다음으로 부산 하면 떠오르는 국제시장, 깡통시장, 자갈치시장엘 가서 여기저기 기웃거렸는데 외국인 여행자들도 제법 많았다. 자갈치시장 포차에서 바다장어구이를 먹으며 부산의 풍미를 느끼고 숙소에 돌아왔다.

친구 오현주 명인의 작업실에서
카페 앞에서 조카와 함께
영도 바다 앞 벽화

이튿날은 본격적인 부산여행이다.

먼저 부산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 이 곳을 찾은 이유는 세계적인 작가 이우환 공간을 보기 위해서다.

경남 함안 태생인 이우환 작가는 일본에서 평생 작품 활동을 하며 일본 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 인정받은 세계적인 작가로 국내에선 부산시립미술관에 이우환 공간이 있다.

이우환 공간 앞 뜰에 '회의' '관계항-길모통이' 등 작품 몇 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다 이해할 순 없지만 작품을 접하고 있으니 깊은 사색과 영원에의 대화가 일어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우환의 조각은 감성을 돌연 불러 일으키며, 이성의 질서를 혼돈시키고, 자아가 생략된 관계성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자연에서 가져온 돌과 공장에서 생산된 철판(혹은 철봉)이 이우환의 조각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로 작가가 만든 것은 아무것도 없다. " "하얀 바탕의 커다란 캔버스에 하나, 둘, 많아야 서너 개의 점이 그려진다. 조용히 이 점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점은 캔버스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떨어져 나오며 공간에 울림을 만든다. 어느 순간 이 점보다 공간의 울림에 집중하게 된다.~중략~, 이러한 공간의 체험은 비어있음이 아니라, 오히려 공간의 풍요로움과 자유로움을 느낀다. 공간의 울림으로 인해 열리는 새로운 장소, 즉 '여백현상(이우환)을 경험한다." (부산시립미술관, 이우환공간 리플렛 참조)

이우환 작 <회의. 2013>

다음 행선지는 점심을 먹으러 해운대 바다 근처로 향했다. 하얀 백사장엔 벌써 피서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언니가 추천한 부산 맛집이라는 식당에 가서 복요리를 먹었다. 반찬도 깔끔하고 복어탕은 생복어라서 그런지 국물이 더없이 시원하고 맛있었다. 점심을 마치고, 조카는 바다뷰가 일품이라는 기장지역 카페로 안내했다. 동해의 푸른 바다가 열린 카페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여행이 주는 행복감에 젖을 수 있었다.

생복어탕
카페에서 바라본 기장 지역, 동해 바다

다음으로 부산 여행자라면 방문한다는 해동용궁사와 감천문화마을로 향했다.

한 낮 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두 곳 다, 여행자들이 인산 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외국여행객들도 무척 많이 보였다.

해동용궁사는 유독 중국, 동남아시아 여행객들이 많이 눈이 띄었다. 다음에 부산에 오면 한적한 새벽 일출을 보러 와야겠다고 생각하며 서둘러 해동용궁사를 나왔다.

 감천문화마을은 부산의 마추픽추로 불리며 6.25 피난민들이 산을 계단식으로 깍아 주거지를 형성하면서 만들어진 곳이다. 역사와 서민의 삶의 스토리가 있는 이 곳에 벽화 및 문화 조성사업을 하면서 이제는 국제적인 명소로 거듭난 곳이라고 한다. 감천문화마을이 여행자들만을 위한 관광 마을로서가 아니라 주민들의 삶터인 문화마을로 발전해나가기를 바란다. 

 그러고 보니 부산의 지형은 리아스식 해안과 구릉성 산지가 분포되어 있고 산지 사이로 침식분지가 형성되어 굉장히 입체적인 도시 경관을 이루고 있었다. 따라서 평탄한 길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경사진 길이 많고 도시는 침식분지와 산 중턱, 해안에 다양한 모습으로 발달해 있었다. 

 다음으로 노을이 아름답다는 낙동강 하구 다대포해안으로 향했다. 너른 낙동강하구의 고운 모래와 갈대밭의 갈대가 손짓하고 있었다. 이 아름다운 다대포는 내겐 80년대 초, 다대포 무장간첩사건으로 기억되던 곳이다. 노을과 갈대가 아름다운 다대포엔 어느 가을날 문득 찾아오면 좋을 듯 싶다.

해동용궁사
감천문화마을
감천마을 입구에서

 이윽고 저녁이 돌아오니 배가 출출하다. 밤바다를 보기로 한 광안리 바다 부근 언양불고기집에서 맛있는 언양불고기를 먹었다. 인근 광안리 바다에 나오니 광안대교가 아름답게 보이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광안리 바다는 시가지와 인접해 있어 접근하기가 편리하고 운치가 있다. 언제던가 열정적인 30대 교사 시절 부산에 회의하러 왔다가 회의를 마친 후, 해변 모래사장에 앉아 전국에서 온 교사들과 밤새 교육에 대한 뜨거운 토론을 이어갔던 기억이 난다. 해가 진 해변가 빌딩과 아파트, 푸른 바다를 가르는 광안대교가 아름다운 치장을 할 무렵, 광안리바다 상공에서 드론쇼가 펼쳐졌다. 밤하늘에 화려한 드론쇼가 펼쳐질 때마다 일제히 터지는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더 장관이었다. 광안리 바다에서 나와 부산의 야경으로 유명한 황령산(427미터)으로 향했다. 생각보다 높은 황령산 봉수대주차장에 겨우 주차하고, 전망대에 올라갔다. 바다와 어우러진 부산의 야경이 황홀하게 빛나고 있었다.

광안리 바다
광안리바다 드론쇼

 부산여행 사흘째, 아침 일찍 숙소 부근의 동네를 산책하며 부산의 오랜 체육관인 구덕체육관 앞에서 '부산학생항일의거  터'(1940.11.23)를 보았다. 오전에 다시 국제시장과 깡통시장을 방문해 몇 가지 생필품과 부산어묵 등을 구입하였다. 여행의 맛은 역시 시장에서 쇼핑하고, 먹거리를 먹는 것이리라. 어느덧 여행을 마무리해야 할 시간, 부산종합터미널 방면으로 가면서 동래에 있는 카페에 들러 휴식을 취하고 복천동고분군과 복천박물관에 들렀다. 복천동고분에서는 주로 가야시대 토기류, 철기유물이 많이 발견되었고 '철제 갑옷'은 보물 2020호로 지정되었다. 난 잠시 전북가야의 제철유적과의 관계를 생각해보았다. 2박 3일간의 즐거운 부산 여행을 마치고 전주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지난 4월 목포, 여수여행에 이어 두 번째 즐겁고 편안한 통도사, 부산 여행을 위해 가이드와 운전을 도맡아 해준 조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벌써부터 다음 여행이 기다려진다. ㅎ

복천박물관
졸작 '무풍한송로'(2023. 6. 색연필)
졸작 '감천문화마을' (2023.6. 색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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