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23 가을 푸른 하늘
선비의 고장 함양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개평 한옥마을에 형부, 언니와 함께 다녀왔다.
멀리 남덕유산 산맥들이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개평마을에 들어서자 기품있는 한옥 고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약 500여년 전부터 형성되었다는 고즈넉한 마을에는 풍천노씨 대종가, 하동 정씨 고택, 일두 고택 등 60여 채의 수많은 고택들이 모여 있었다.
마을길을 따라 풍천 노씨 고택을 지나 마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일두 고택'(국가민속문화재 186호)에 들어섰다.
고택 솟을대문 입구에는 선샤인 등 여러 편의 드라마 촬영지였음을 알리는 안내판이 보인다.
일두 정여창선생(1450~1504)은 조선의 대표적 성리학자로 이황, 조광조, 이언적, 김굉필과 함께 동방오현에 오른 대학자이다. 일두고택은 정여창선생 사후 1세기가 지나 후손들이 건축한 고가로 현재는 72칸 11동이 남아있다고 한다.
고택에 들어가니 멋진 누마루가 있는 사랑채가 보인다. 앞에는 인공으로 조성했다는 석가산에 수백년의 역사를 간직했음직한 소나무, 전나무가 방문객을 맞이해준다. 난 사랑채 돌계단을 올라 '문헌세가' 편액이 걸린 마루에 앉아서 웅장한 소나무를 바라보았다. 고택엔 안채, 곡간 등 수많은 건축물과 정여창선생을 모신 사당도 있였다. 일두고택은 시간을 다시 갖고 고가에 걸린 수많은 편액, 건축 양식을 천천히 살펴보고 인근에 위치한 남계서원도 꼭 들러봐야겠다.
일두 고택을 나와 마을길을 걸으며 바라보는 노송, 울 안의 모과나무에 달린 노오란 모과 열매는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정취를 더해주었다. 그리고 마을 안에 위치한 솔송주문화관에 들러 이 지역의 명품 술인 솔송주도 처음 알게 되었다. 마을길을 돌다 구수한 민요 소리가 들려오는 하동 정씨 고택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너른 고택 마당의 소리 공연을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마루에 걸터앉아 감상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순서인 강강술래엔 우리도 함께 하며 흥겨운 마당놀이를 즐겼다. 난 마을을 나오며 후손들의 삶터이자 여전히 오랜 세월의 두께를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한옥마을을 바라보았다.
늦가을, 멋지고 포근한 개평한옥마을 여행이었다.
'걷기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늦가을 화암사에 가다 (0) | 2024.11.12 |
---|---|
통도사, 부산여행 (2) | 2023.06.21 |
한옥마을에서 만난 3인 3색 (0) | 2023.04.26 |
수원화성 걷기여행 (0) | 2023.04.17 |
봄날 섬진강 하동여행 (0) | 2023.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