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이야기

태고의 신비를 지닌 섬, 굴업도

이미영전북 2015. 4. 27. 21:18

2015.4.25-26(1박 2일)

굴업도라는 섬이름은 이전에 핵폐기장 건설 문제, 대기업의 골프장 건설 계획 등으로 심심찮게 이름이 오르내렸을때 들었던 정도였다.

그러나 굴업도를 다녀온 뒤, 섬은 내게 특별한 곳이 되어버렸다.

굴업도는 인천에서 약 90키로미터 떨어진 섬으로  행정구역은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으로 주민은 10여가구 20여명의 작은섬이다.

굴업도를 가기 위해서는, 인천에서 덕적도까지 다시 덕적도에서 굴업도 가는 배를 갈아타고 3시간여에 걸쳐서 가야 도착할 수 있다.

그러나 굴업도에 도착한 순간 시공을 초월한 황홀한 풍경과 맞닥뜨리면 넋을 잃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굴업도를 답사하면서 만난 중생대 화산활동의 흔적, 섬과 섬을 연결한 사주, 거대한 사구와 해식애, 다양한 식물 생태계 등은 살아있는 지리교과서이자 생태계의 보고였다.

섬을 대하면서 몇 년 전 여행했던 우리 민족의 시원인 바이칼 호수 '알혼' 섬의 영상이 겹쳐지는 것은 왜일까!

그만큼 천연의 자연경관이 고스란히 남아있음이고 섬에서 내뿜는 태고적 신비한 생명력이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빼어난 해안지형과 다양한 생태계는 섬전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을 듯 하였다.

난 답사를 마치고 섬을 떠나면서 굴업도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을 갖게 되었다.

민박집 주인으로부터 굴업도의 98%가  CJ 거대기업의 소유로 되었으며 내년부터 대규모 리조트와 골프장 등 관광단지로 개발된다고 하는 아픈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첫날 (4.25,토)

굴업도는 홀수일에 들어와야 뱃길이 수월하다. 인천에서 굴업도까지 직접 가는 배가 없어 덕적도에서 배를 갈아타야 하는데 홀수일에 옹진군을 순회하는 배가 굴업도를 먼저 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굴업도는 면적 1.7제곱킬로 미터, 해안선 길이 12킬로미터의 작은 섬으로 중생대 백악기말 화산활동으로 생겨난 섬으로 곳곳에 화산 활동의 모습이 보인다. 큰섬과 작은 섬 두개로 이루어져 있으나 두 섬은 사주(모래톱)로 연결되어 하나가 되었다.

민박집에 여장을 풀고 첫날 섬 트레킹에 나섰다. 마을에서 거대한 목기미 해수욕장을 걸어 사구와 굴업도의 최고봉인 덕물산(138미터)에 올랐다가 다시 코끼리바위를 지나 마을로 돌아오는 3시간 정도 걸리는 경로이다. 비교적 낮은 구릉으로 이루어져 있어 걷기에 수월했지만 덕물산을 오르는 구간은 급경사로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가는 길 구릉에서 바라본 서해 바다와 굴업도의 경관은 연신 탄성을 자아낸다.

봄이 늦은 굴업도에는 때마침 진달래, 벚꽃, 산복숭아꽃이 온 산에 흐드러지게 피었고 흰민들레꽃, 옥녀꽃대 등 야생화가 지천에 널려있다.

저녁식사 후 뒷산을 올라가 바다로 떨어지는 일몰과 장엄한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선착장에서 바라본 굴업도 모습

 

굴업도 사빈해안(목기미 해수욕장)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드넓은 백사장이 압도적이다.

 

 

                                 굴업도 사구

 

 

급경사로 이루어진 덕물산 정상에 오르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섬들의 산은 얕잡아봐선 안된다. 

 

거대한 코끼리바위

 

큰섬과 작은섬이 사주로 연결되어있다.

 

오랜 침식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해안

 

일몰시에 바라본 굴업도 바다(앞의 중앙에 있는 섬이 토끼섬이다.) 토끼섬은 문화재청이 한때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던 곳이기도 하며 빼어난 해안지형과 희귀동식물이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군락지를 이루고 있는 야생화 '옥녀꽃대'

민박집 앞 벚나무가 운치있게 늘어져 꽃을 피웠다.

 

4.26(이틀째,일)

 오늘은 억새와 초원으로 이루어진 마을 오른쪽 방면 큰섬을 3시간 정도 트레킹하고 점심 식사후  배를 타기로 하였다.

20여분 오르자 이내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억새밭 능선을 걸으며 해안 침식지형인 절벽으로 이루어진 경관을 감상하였다. 잠시 억새밭에 누워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니 절로 마음이 고요하다. 아열대성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구간에서 어미 사슴을 만났다. 예전 이곳에 사슴목장이 있었는데 당시 암수 한쌍이 우리를 탈출하여 지금은 십수마리의 야생 사슴가족이 되었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후 사슴 가족 10여마리가 저멀리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경이로운 풍경과 만나게 되었다. 그들이 우리 일행을 바라보며 먹이를 먹는 모습을 보노라니, 이 곳은 사슴들이 주인임을 깨닫는다. 대기업은 이 넓은 구릉지대 초원에 골프장을 건설하려고 눈독을 들인다고 하였다. 섬 끄트머리에 자리한 해식애로 이루어진 개머리언덕은 등산 애호가인 비박꾼들의 천국이다. 이 날에도 대여섯 팀이 비박을 하고 텐트를 정리하고 있었다. 부모와 함께 비박을 했다는 중1 남학생을 만났는데 제법 의젓하다. 돌아나오는 길, 아쉬움에 연신 멈추기를 여러번 넓은 큰말해수욕장 해변을 걸어 민박집에 도착하여 점심식사를 하고 선착장으로 향하였다. 고개를 넘는 길목, 분꽃나무는 향기를 내뿜는데 옹기종기 평화롭게 모여있는 마을의 운명은 앞으로 어떠할지 착잡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꽃게잡이 나가는 배 한척 주변엔 어부와 갈매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올 안에 다시 굴업도를 찾고 싶다는 생각으로 덕적도행 배에 올랐다.

 

굴업도의 아담하고 소박한 마을 전경

 

마을 뒷산 산복숭아꽃이 활짝 피었다.(언니와 함께)

 

개머리해안 침식지형이 비경이다.

아름다운 능선이 그림처럼 놓여있다.

억새밭에서 야생화된 사슴가족이 먹이를 먹고 있다.

 비박객의 텐트앞에서 포즈^^

개머리언덕에서 바라본 큰말 해수욕장

 

개머리언덕 끝

 

 

선착장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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