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이야기

백령도 여행기(2015.5.16-5.17)

이미영전북 2015. 5. 21. 10:05

 

백령도에 와서

                     고은

여기 오지 않고

나의 시대를 말하지 말라

여기 오지 않고

나의 조국 절반을 말하지 말라

 

여기 오지 않고

너의 애 타는 사랑을 말하지 말라

 

오천년의 백령도

여기 와

저 심청 인당수의 수평선을 보아라

 

한밤중

온통 파묻히는 파도소리를 들어라

비로소 가슴 가득히

너이고

나인

백령도 아침 햇빛을 맞이하라

 

 

두무진 선대암

 

서해 최북단 섬 ‘아름다운 백령도’

 

백령도로 떠나는 아침 하늘은 맑고 쾌청했다. 전날 밤, 5월 15일 자정까지 북한은 서해상에서 함포 사격 훈련을 한다고 통보했고 우리 정부는 백령도, 연평도 근해 NLL 침범시 즉각 대응하겠다는 보도가 있었기에 마음이 편치 않았었다. 그러나 7시50분 인천항을 출발하는 백령도행 하모니호 대형여객선은 800여명 넘는 여행객을 가득 태우고 정시에 출발하였다. 한없이 잔잔한 바다 위 인천대교 아래로 배가 지날 때는 여행객들의 들뜬 환호성이 터지기도 한다. 백령도와는 20여분 간격으로 인접해있는 소청도, 대청도에 들러 주민들을 내려놓고 마침내 백령도 용기포항에 도착하니 12시였다. 무려 4시간여에 걸친 긴 항해시간이다. 백령도는 행정구역상으로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면 소재로 인천항에서 백령도까지는 191.4킬로미터 장거리지만 북녘땅 황해도 장산곶과는 불과 17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서해 최북단의 섬이다. 

 

백령도 용기포 항구에 도착하니 10여대의 백령도 관광버스 기사들이 자신의 여행팀을 찾기 위해 피켓을 들고 서있는 모습은 마치 해외여행 공항 입국장을 떠올리게 한다. 백령도는 우리나라 섬 중 여덟 번째 큰 섬으로 행정기관, 학교, 병원, 종교시설, 상업시설 등 없는 것 빼고 있을 것은 다 있는 섬이었다. 학교도 초등학교 2곳, 백령중고 한곳이 있어 40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단다. 주민은 약 5000여명이나 군인, 관광객 등을 포함하면 통상 만 여명이 섬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특히 두 번에 걸친 간척사업으로 100만평이 넘는 대규모 농경지가 펼쳐진 경관은 마치 우리지역 전북의 여느 농촌에 온 것 같은 착각마저 일으키게 한다. 간척사업과 담수호(백령호) 건설로 백령도 주민들은 섬에서 생산된 쌀로 자급자족하게 됐지만 생태계가 많이 훼손되었다고 한다.

 

모내기준비를 끝낸 백령도 논

 

여장을 풀고 맨 먼저 도착한 곳은 천연기념물 391호로 지정된 천연비행장으로 불리는 사곶해변이다. 사곶해변은 6.25전쟁 때 군비행장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광활한 모래사장으로 들어가 거침없이 달린다. 그도 그럴 것이 사곶해변은 길이 4킬로미터, 폭 150미터에 달하는 평원으로 시멘트보다는 부드러우나 잘 파이지 않는 규조토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져 있어 바닥이 단단하였다. 세계에서 오직 백령도와 나폴리 두 곳에만 존재한다는 천연비행장에 서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가슴이 툭 트인다. 그러나 사곶해변은 간척사업으로 그 규모가 많이 줄어든 들었다고 하니 아쉽기 그지없다.

 

 천연비행장 사곶해변

 

사곶해변에서 언니와 함께

 

백령도 두무진과 황해도 장산곶 사이 물살이 빠르고 소용돌이치는 곳이 있어, 어부들은 항상 조심해왔는데 이곳이 바로 심청전의 살아있는 무대 ‘인당수’라고 전해진다. 진촌리 심청각에서 바라본 북녘 땅, 장산곶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있었다. 며칠전 세운 고은시인이 쓴 '백령도'시비가 있어 작은 소리로 시를 낭송해본다. 백령도는 지척에 고향을 두고 갈 수 없는 실향민들의 한이 서려있는 섬이기도 하고 최근 2010년 천안함의 아픈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 곳이다. 천안함 희생용사 46명을 기리는 천안함46용사위령탑에서 추념을 하고 못다 피고 스러진 젊은 용사들의 넋을 기렸다.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46용사위령탑 '꺼지지 않는 불꽃'

심청각에서 바라본 북녘땅.(해무로 아스라이 장산곶이 보였다.)

 

 

심청이동상 앞에서 언니와 함께

연꽃에서 환생한 이미영-심청각에서

 

백령도 여행의 백미는 역시 명승 제8호로 지정된 두무진 해안이다. 두무진 암석해안은 우리가 백령도의 상징적인 풍경으로 보아온 곳인데 붉은 빛을 띠는 규암이 차별침식을 받아 기암괴석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선대암, 코끼리바위, 형제바위 등 수많은 시스택과 시아치가 즐비한 해안지형의 보고이기도 하다. 먼저 두무진의 장엄한 비경을 해안길로 걸어가서 마주한다. 그리고 다시 유람선을 타고 바다에 떠있는 거대한 자연의 걸작품을 감상하고서도 백령도에 매료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두무진 해안 바위에는 가마우지떼가 휴식을 취하고 있었으나 남한에서 유일하게 서식한다는 점박이 물범(천연기념물 제391호)을 보지 못한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두무진 사향포 포구에 있는 횟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노을에 물든 서해 바다를 관조한다.이처럼 아름다운 섬이지만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는 늘 안보가 불안한 섬,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섬으로 존재하기에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곳이 아닌가! 그러나 역으로 백령도는 여행객들이 많이 와야 안전해지고 주민들의 생업도 안정된다고 한다.

 

 

두무진 트레킹코스 

두무진 형제바위

 

유람선을 타고 본 두무진 비경

두무진 포구, 바다 속이 훤히 보인다.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 면소재지 동네를 산책하였다. 아기자기하게 상가들이 늘어서 있고, 언덕마루엔 백령 성당이 소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주민센터, 도서관, 수협복지회관, 의료원 등 기관들이 늘어서 있었다.

백령도 면소재지 거리

 

백령주민센터

 

 5월 백령도는 붉은 해당화가 지천으로 피어 진한 향기를 내뿜고 있다. 도로 곁 논에서 모내기를 준비하는 농부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며 남포리 습곡구조로 유명한 용트림바위에 도착하니 수많은 갈매기들이 소리를 내며 맞이해준다. 자세히 보니 이 곳 해안 절벽은 갈매기들이 알을 품고 있는 서식지로 사람들을 경계하는 신호였다. 용트림바위 건너편 해안 절벽은 높이 약 50미터, 길이 약 80미터 규모의 거대한 남포리 습곡구조(천연기념물 제507호)로 한반도 지질사를 보여주는 곳이다.

 

어딜 가나 해당화가 향기를 내뿜었다.

남포리 습곡산지

갈매기 알

 

다음 답사지역은 천연기념물 제392호로 지정된 콩돌해변이다. 이름처럼 콩알크기의 자갈로 이루어진 약 2.2킬로미터에 달하는 드넓은 해안길의 규모가 장관이다. 잠시 콩돌 위에 누워본다. 다시 콩돌해변을 걸으며 콩돌과 마주치는 시원한 파도소리 '자연의 대 합주곡'을 들으니 신선이 따로 없다. 여행객들이이 혹여라고 사랑스럽고 귀엽다고 콩돌을 한 개라도 살짝 가져가면 어쩌나 걱정이 들었다. 천연기념물인 콩돌을 가져가면 위법이다는 사실을 보다 적극적으로 고지해야 할 것 같다.  

 점심은 백령도 특식인 메밀칼국수와 메밀로 만든 짠지떡을 먹었다. 담백하고 구수하여 한그릇을 다 비운다.

이제 백령도를 떠나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포구 주변 상점에 들러 백령도 특산품인 약쑥, 미역과 까나리를 구입했다.

백령도에는 흰나래길이라는 4개의 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하루빨리 백령도가 평화의 섬이 되어 자연생태계의 보고, 지질박물관, 문화와 역사가 녹아있는 흰나래길을 느긋하게 걸어보고 싶구나!

 

콩돌해안

 

메밀칼국수와 짠지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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