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주민이 행복해지는 지역교육
60여 년 전에 서거한 백범 김구 선생은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고 역설하면서 교육의 힘으로 이를 반드시 이룰 것으로 믿는다고 하였다. 김구 선생의 이 말이 오늘 우리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지금 우리사회가 가야 할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2009년, 필자는 우리나라가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은 지역 교육의 힘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그렇다면 지역 교육의 힘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나올까? 지역 교육이 활성화되면 지역 주민이, 아이들이 행복해질까?
지역 교육의 힘은 주민이 지역 고유의 교육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주객관적 조건인 즉 인구수, 작은 학교, 풍부한 자연, 문화자원, 주민의 지역공동체성 등 도시와 차별화된 지역특성을 반영한 교육정책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교육정책과 교육과정을 만들어 내는 주체는 당연히 지역주민이어야 한다. 중앙정부가, 교육청이,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하향식 교육 정책이 아닌 지역 교육의 문제를 온몸으로 느끼고 살아가는 주민이 만들어낸 상향식 교육 정책이어야 한다. 물론 지역 주민은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정부가 쏟아내는 경쟁과 효율을 강조한 교육정책 즉 대도시, 거대학교 중심의 교육 정책들에 일희일비하며 단기적인 처방에 급급해서는 결코 지역교육은 살아날 수 없다.
다음으로 지역 교육의 힘은 교육네트워크 형성과 활용에서 비롯된다. 지역의 장점은 도시지역에서 꿈꿀 수 없는 공동체성을 유지하고 있어 수많은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필자가 근무했던 완주 고산지역의 학교가 지역 교육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교육과정을 실시한다고 하자. 영어회화시간에 이주여성센터의 도움을 받고, 체육시간, 방과 후 시간에 주민체육센터에서 수영을 배우고, 지역복지시설에서 실질적인 봉사활동을 하고, 사회 수업 중 ‘지역사회’단원은 문화원과 협약을 맺어 향토 답사를 하며, 과학시간에 마을 주민, 환경 단체의 지원을 받아 하천 생태 조사를 한다. 그리고 방학 중에는 지역에 소재하는 공장, 기관에서 진로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이와 같이 교육네트워크를 활용한 교육과정 실현은 대도시에서는 꿈꿀 수 없는, 지역의 작은 학교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이는 주민의 평생학습프로그램과 맞물려 추진될 때 활성화되며 교육공동체도 단단해진다. 주민이 학습한 내용을 자라나는 아이들과 상호 교류할 때, 그 의미는 매우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 활동가들은 여전히 답답하다. 지역 교육을 혁신하려 해도 학교가 지역사회로부터 닫혀있고, 지역의 기득권 세력이 주도권을 쥐고 있고, 지자체, 교육청이 변화할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지역의 모습을, 지역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주체는 지역주민임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 지역 교육의 발전에 대한 주민들의 희망과 열정만이 지역을 혁신시킬 수 있음을 말이다.
지역 교육이 활성화되면 주민과 아이들은 행복해질 것이다. 주민이 만들어가는, 교육네트워크를 통한 지역 고유의 교육을 실현하는 과정이 주민들의 자존감을 높일 것이며, 지역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장순흥 KAIST 부총장은 앞으로 키워야 할 인재 상으로 ‘창의적인 설계능력을 가진 인재’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인재’ ‘휴먼네트워크를 가진 인재’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인재’라고 말한다. 지역 교육의 장점으로 지역의 인재,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가꾸어 보자. (200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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