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전북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

이미영전북 2010. 2. 26. 19:17

2009년은 전북교육의 희망과 대안을 제시하는 한해로 정해보자. 올해는 교육의 위기와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넘어 전북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희망과 대안을 얘기해보고 싶다. 희망과 대안이라는 말 속에는 사람이 중심에 서서 실천을 약속하는 생명력이 있기 때문이다.

전북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북고유의 대안을 마련해야 성공할 수 있다.

새정부가 쏟아내는 경쟁과 효율을 강조한 교육정책들에 일희일비하며 단기적인 처방에 급급해서는 결코 전북교육의 질은 높아지지 않는다. 지난 시대 산업화,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오랬동안 소외되어온 전북의 현실에서 파생된 교육문제를 중앙정부나 다른 지역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전북지역의 객관적인 조건과 특징을 찾아서 전북고유의 대안을 만들고 실천해야 교육의 질은 높아진다.

전북지역이 다른 지역과 비교하여 나타나는 특징은 적은 인구, 풍부한 자연, 문화 자원, 농촌지역 비중이 높고, 공동체성이 비교적 강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북교육의 질을 높이는 열쇠말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지역교육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를 위한 교육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즉 전북지역의 객관적 조건이 교육네트워크를 만드는 가장 좋은 조건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미 전북지역은 수많은 인적, 물적 네트워크가 자연스레 형성되어있다. 또한 우리 지역에서는 대도시지역에서 꿈꿀 수 없는 공동체성을 아직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전북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육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학교가 주체적으로 교육과정 속에 지역의 자원을 끌어들이고 여러 기관, 인적 자원들과 파트너쉽을 갖도록 하기 위한 교육청의 지원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학교가 다음과 같이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하여 학습하려고 하는 교육과정을 계획한다고 가정해보자. "영어회화시간에 이주여성센터의 지원을 받고, 체육시간 중 일부는 '주민체육센터'에서 수영을 배우고, 지역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사회수업 '지역사회' 단원은 문화원과 협약을 맺어 향토답사를 실시하며, 과학수업에서 환경단체의 지원을 받아 환경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방학 중 지역 에 소재하는 기관에서 진로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다음으로 지역교육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한 주민의 삶과 아이들의 학습과정을 통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우리 청소년들의 폭력, 흡연, 집단따돌림, 자살 문제 등은 미래사회의 위기를 불러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게 한다. 이러한 문제는 외롭게 성을 쌓은 학교만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다. 지역사회 모두가 아이들을 교육한다는 책무성이 없다면 청소년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은 지역교육공동체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학교에 CCTV를 설치하려는 발상보다 지자체에서는 지역도서관과 평생학습실을 학교에 만들어 주민과 학생들이 함께 활용하는 복합문화공간을 늘리는 것이 현명하다. 아이들의 모습은 어른들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민 평생학습 구조가 일상화될 때 아이들의 건강한 문화도 만들어진다.

또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평생학습도시 만들기''교육투자우선 지역사업''소외계층 청소년을 위한 문화바우처 제도'등이 실효를 거두려면 학교, 시민단체간의 소통과 연계 협력 체계인 교육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전북고유의 대안은 전북지역의 지역공동체성을 살려내고, 학교와 지역사회에 널려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그물망으로 엮어내는 일이다. 누가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 지금은 예산 못지않은 행정기관의 정책 역량이, 학교와 교사의 인식전환이, 지역사회단체의 열정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북일보, 2009. 1.2)

/이미영(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