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자사고 100개라니...

이미영전북 2010. 2. 26. 19:10

도시 근교 농촌 고교에는 성적 때문에 거주지인 도시 학교에 들어갈 수 없는 아이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고교입시에 실패하여 받는 상처는 이루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 아이들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농촌학교까지 통학을 하면서 겪는 시간상, 경제적 어려움은 더 한층 학교생활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성적이 낮은 아이들이 주로 진학하는 도시 근교 고교, 전문계(실업계) 고교, 농촌학교 학생들의 가정 형편이 대부분 어렵다는 것이다. 즉 우리 사회가 부모의 학벌과 경제수준에 따라 학생들의 성적으로 대물림되는 교육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시대 개인의 능력에 따른 기회 균등화와 사회적 평등을 이루어가는 통로로 작동하던 교육의 기능이 봉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차기 정부가 21세기 교육복지국가를 지향한다면 이제 교육의 역할은 기회의 평등 뿐 아니라 결과적 평등까지도 고려하며 실현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자율'과 '경쟁'을 구호로 한 교육 공약은 우리사회 핵심 문제인 교육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자율과 경쟁은 지역, 학교 간 동등한 교육환경이 전제되어야 하며, 개인의 능력이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규정받지 않는 사회일 때 의미가 있다. 그러나 대통령당선자의 핵심 공약인 자사고 100개 정책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을 중심으로 특권층과 엘리트를 위한 제도로 귀착될 공산이 크다. 또한 대입3단계 자율화 공약은 필연적으로 고교등급제, 본고사 부활로 이어져 사교육 열풍을 불러올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당선자는 본인의 '대입제도 개혁과 사교육비해소'를 위한 핵심 공약이 일부 계층만을 만족시키며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입시경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명확한 근거와 경로를 제시해야 한다.

교육양극화 해소와 더불어 교육개혁 절대 절명의 과제는 학벌과 학연을 조장하는 고교, 대학 서열화 해소이다.

우리나라가 일정한 경제력 성장에도 불구하고 부패와 무능을 벗어나 다양성과 창의성을 살리는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지 못하는 걸림돌이 있다면, 이는 단연코 학벌 중심사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개인의 능력과 합리적인 사고, 민주적 절차를 통한 사회 가치가 무시되고 소위 일류대 출신들을 중심으로 하는 학연, 학벌주의의 폐해는 어떤가? 또 지역마다 존재하는 특정고교 출신들의 '묻지마'식 단결은 지역사회 전 부문에서 가공할 만한 영향력을 끼쳐 부패와 무능의 근원지가 되고 있음을 우리 모두는 절감하고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당선자의 수백 개의 명문고 육성, 대학 자율화 정책은 필연적으로 고교 서열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시대를 30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고교 평준화 제도가 고교 입시 선발제도보다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더욱 향상시키고 있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여러 차례 발표된 바 있다. 차기 정부는 공교육 내실화를 위한 교육과정 자율권과 교육재정 확대, 교사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교육력을 높여내야 한다.

이 당선자는 교육 개혁을 차기정부 중요 과제로 삼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가 이 당선자의 교육 공약 지지와도 연결된다고 믿으면 큰 오산이다. 이당선자의 교육공약은 대선 전 교육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교육대통령을 위한 국민의 선택' 팀이 모신문사와 공동으로 실시한 '2007 대선공약 평가'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이다. 더구나 향후 5년은 우리나라가 통일 복지국가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시기이다. 이당선자는 다른 후보들의 훌륭한 교육 공약도 분석, 채택하고 전 사회적 구성원들의 토론과 합의를 거친 올바른 교육정책안을 마련해 주기를 간곡히 바란다.

2008.1.3/이미영(전북청소년 교육문화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