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올해는 청소년에게 체험활동을!

이미영전북 2010. 2. 26. 19:04

"올해는 청소년들에게 체험활동을!"
경인년 새해, 하얗게 눈 쌓인 운동장에서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저 모습처럼 올해는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 행복한 모습을 접할 때 함께 하는 교사들도 행복하다. 지난 연말 우리학교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는 교사와 학생 모두가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음악회는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사업의 하나로 일년동안 소외계층 학생들이 방과후 학교 때 배운 악기를 연주하는 무대였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바이올린, 기타를 연주하는 학생들의 실력은 제법이었고,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크리스마스 캐럴송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또 하나 학교와 교육엔지오단체가 함께 노력해 이룬 감동의 교육현장을 소개하고 싶다. 바로 전주 덕일중에서 몇 년째 여러 교사들이 헌신적으로 운영하는 ‘독서교실’이다. 어느 날 여름 방학 중에 실시하고 있는 ‘독서교실’ 현장에 가보니 참가자 전원 40명이 참여하여 중학생이라고 믿기질 않을 정도의 성숙한 독서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는 학생들에게 방학이 시작될 때 선정도서 세 권씩을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에서 지원해줬고, 아이들이 충분히 책을 읽고 왔기 때문이 독후활동이 활발해질 수 있었다고 지도교사는 말하였다.

다행히 교과부는 올해부터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시스템’을 발굴하여 학생들의 체험활동을 적극 지원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정부나 교육당국이 분명히 인식해야 할 점은 학생들의 체험활동 지원이 사교육비 절감이나 대학 입학사정관제가 요구하는 다양한 체험활동 경력을 쌓는 목적이어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학교 수업으로 허리가 휘는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학습 부담으로 체험활동이 이루어진다면 아이들은 결코 행복할 수 없으며 진정한 학습효과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가능하면 체험활동은 정규 교육과정 속에서 이루어져야 교육적 효과도 높고 아이들에게도 학교가 즐거운 곳이 될 수 있다. 사회수업시간에 향토조사를 나가고, 음악수업시간에 악기 하나를 온전히 배우고, 체육 수업으로 수영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얼마 전 미국의 학교 교육과정을 연구한 교수님으로부터 가슴에 와 닿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학생이 악기, 운동, 회화 등 한 가지를 선택하면 학교에서는 몇 년간 지도하여 상당한 수준급 실력을 갖추어 준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예체능 교육과정이 대부분 집중이수제로 실시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예체능 교육과정이 축소되고 교사가 감축되는 우리 교육 현실은 너무도 서글프다.

올해부터 우리나라 학교에서도 학년, 학기단위 집중이수제 교육과정이 시행되는데 이를 학생들의 체험활동이 필요한 학습에 잘 활용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다양한 체험활동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교 동아리 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각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방과 후 학교가 가능하면 학생동아리 활동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행 진행되는 방과후 학교가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학습시간 연장, 일방적 프로그램 제공보다 아이들의 자기주도학습방식의 동아리 활동이 운영되어야 한다. 동아리 활동이 활성화되려면 지역사회가 나서서 지역사회의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을 최대한 제공하여야 한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지역사회에는 청소년수련관, 청소년문화의집, 도서관, 지역아동센터 등 다양한 청소년 문화 공간이 있다. 이러한 공간이 학교와 분리되어 운영되기보다 학교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파트너쉽으로 생명력 넘치는 청소년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제 학교 담장 안의 교육만으로 21세기 창의적 인간을 기를 수 없다.

올해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나서서 청소년들에게 체계적인 문화 체험활동을 제공하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새전북신문 2010.1.7)
/이미영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