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전북 교육에 대한 성찰

이미영전북 2013. 11. 24. 12:17

결실의 계절, 도내 각 학교에서도 한해를 마무리하는 학예회, 축제의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교육 현장은 이제 본격적으로 대입, 고입 시기로 접어들고 있으며, 특성화고에서는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 새로운 진로와 진학을 준비해야 하는 지금, 교사, 학생, 학부모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즈음 교육가족의 생활을 규정하고 있는 전북 교육에 대한 성찰을 통해 도민의 관심과 참여를 제고해보고자 한다. 부단한 성찰만이 미래지향적인 전북교육을 이루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전북교육계를 보면 도민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미래 전북교육을 고민해볼 수 있는 교육정책에 대한 뜨거운 이슈가 없었다. 이는 전북교육계의 주요 이슈가 전북 교육청에서 제시한 정책이 아니라 교과부 정책에 대한 교육청의 대응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교과부의 학교폭력관련 사안 학생부 기재, 교원 평가방법 등에 대한 도교육청의 반대와 법리 논쟁 등에서 보듯이 도민들은 이 두 기관의 싸움을 구경하는 구경꾼으로 전락하였다. 싸움이 끝나면 구경꾼들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전북만의 교육 정책과 의제를 발굴하여 도민들의 뜨거운 관심사가 되도록 노력해야 지역 교육이 살아나고 발전한다.

반면 경기교육청과 강원교육청은 2014년부터 중학교 교육과정 변화의 핵심고리인 고입 학력고사를 폐지하였다. 당연히 교육계는 물론 각 계 교육 전문가, 이해 당사자 간의 찬 반 토론과 정책 토론 등이 지역 사회를 달구었을 것이고, 이로 인해 두 지역은 새로운 교육 변화를 맞이한 것이다.

또 하나 교육 정책 추진 과정이 민주적이고 교육적이어야 학생, 교직원, 학부모들이 성장하고 교육 주체의 건강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다. 교육 행정이 당위성으로 일방적인 집행을 한다면 교육 주체들은 대상화되기에 수동적인 존재가 되어 버린다. 올해 도교육청의 행정 중 가장 아쉬웠던 점은 학기 중 갑자기 진행된 중등학교 수준별 이동수업 금지 지침이었다. 학기 초 이미 수준별 이동수업을 진행하던 교사와 학생들은 일대 혼란을 겪고 수업에 차질을 빚었다. 이미 5, 6년 전부터 진행해왔던 이 정책을 교육 당국은 당연히 학교 현장과 협의하고 공청회를 열었어야 했고 이에 대한 정책 방침 변경이 필요하다면 최소한 2학기부터 시행했어야 했다. 또 하나 지난달에 있었던 농어촌교육특별법 청원 서명 과정은 더 더욱 아쉬운 상황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학교에는 공문으로 서명지가 도착했고, 학교는 일사불란하게 학부모에게 서명지를 전달하고, 교사는 서명지를 걷는 역할만을 담당하였다. 이미 지난 10여 년 전 지역시민단체와 함께 농어촌교육특별법 청원운동을 전개한 바 있고, 현재도 농촌교육단체 일을 하고 있는 필자로서도 어안이 벙벙한 일이었다. 이 운동을 앞장서온 전남교육청은 올 봄부터 전남도와 공동으로 농어촌교육특별법 제정운동본부를 구성하고 각 시군별로 지역자치단체, 농민 사회단체 등과 함께 발대식, 토론회, 서명운동을 벌여온 것으로 알고 있다. 전북도 서명운동 과정을 좀 더 일찍 조직하여 지역 주민들이 주체가 되도록 노력했다면 지역교육공동체 토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기에 아쉬움이 크다.

물론 아쉬움 속에서도 올해도 교육 당국과 교육주체 모두 열정과 노력으로 임했기에 아이들은 성장하고 전북 교육도 발전했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미래지향적인 전북교육을 위해 도민이 참여하는 전북 교육 의제 발굴과 더욱 민주적인 교육 행정을 기대해본다. (전북일보 201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