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교육문화도시 익산을 꿈꾸며

이미영전북 2014. 12. 14. 11:07

사단법인 교육문화중심 아이행복 소식지 7호(2014.12) 에 실린 글입니다. 

 

행복한 교육문화도시 익산을 꿈꾸며!

                                                                                             이미영(전북농촌지역교육네트워크 공동대표)

 

고교 학창시절, 손안에 들어가는 작은 수첩에 기억이 있다. 두려움 반 설렘 반 학교에 입학한 첫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우리학교는 매점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하니 학생들은 조합에 가입, 조합원이 되고 조합비를 내야 한다며 작은 수첩을 나누어주셨다. 쉬는 시간 매점에 가면 학생 들이 물건을 판매하였고 수첩에 구입한 물건을 기입, 연말이 되어 몇 십 원의 이자를 배당받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협동조합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설립이 활발한 요즘, 문득 30년도 더 오래전에 내게 협동조합을 경험해볼 수 있게 해준 학교와 선생님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즈음 내 고향 익산은 전국 어느 도시에도 뒤지지 않는 교육도시였고, 당시 우리 학생들의 가슴에도 그러한 자부심이 살아있었다.

협동조합 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덴마크인데, 최근 이 나라가 다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엔이 2012, 2013년 발표한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는 연속 행복지수 1위 국가를 차지하였다. 156개국 중 한국은 201256, 201341위였다. 행복지수는 6가지 중요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는데 첫째, 각 나라의 국민 1000명에게 사회적 안전망(만일 당신이 큰 어려움에 처하면 도움을 청할 만한 누군가가 있는가) 둘째, 자유(자신의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가) 셋째, 관용의식(자선단체에 기부를 하고 있는가) 네째, 주관적 부패지수(정부와 기업의 부패가 어느 정도인가) 다섯째, 1인당 국민소득 여섯째, 기대수명 등이다. (오연호 저,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참조) 저자는 덴마크의 행복지수 1위 비결을 개개인의 높은 자존감우리라는 연대의식이라고 말한다. 자존감과 연대의식의 키워드는 바로 협동이다. 즉 인간은 협동하는 문화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행복한 아이들과 학교를 만들려면 교육 과정에서 협동의 가치를 살려내야 한다. 그리고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가정과 지역사회도 협동의 문화를 살려내야 한다.

익산의 아이들과 주민이 행복한 교육문화도시를 가꾸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익산의 아이들을 위해 학교, 학부모, 주민, 교육청, 자치단체가 서로 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노력하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4년간 진행했던 서울 금천구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금천구는 서울에서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하며 교육 환경도 열악한 지역이다. 4년 전 금천구는 금천구청에 교육정책보좌관을 두고 교육 사업을 적극 전개하여 주민과 함께 하는 교육 사업을 시작하였다.

금천구가 진행한 수많은 교육사업 중 세 가지만 소개해본다. 먼저 구청은 지역 아이들의 학력 향상을 위해 지역 학생을 돌보는 사업을 적극 추진하였다. 구청과 교육청이 협약을 맺고 지역아동센터, 도서관, 병원, 상담기관 등 저소득층 학생들을 돌보는 네트워크를 조직하였으며, 지역사회교육전문가가 없는 학교 학생들을 위해 금천교육복지지원센터를 신설하고 4명의 복지사들을 고용, 학교와 아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또 하나의 사례는 협력교사제사업이다. 이 사업은 정규수업에 협력교사를 추가로 투입하여 협력교사가 학습 부진학생들을 챙겨주면서 담당 정교사를 도와 수업을 진행하는 제도이다. 이는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협력교사제가 있음에서 착안한 것이다. 학생부진학생 협력교사, 문예체 협력교사, 체험학습 협력교사 등 크게 세 분야로 진행하였으며 문예체 협력교사는 25개교에 63명이 투입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지자체와 학교의 협력 사업으로 관내 학교 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돋보이는 사례는 마을교사사업이다. 마을교사사업은 뜻있는 주민들에게 다른 사람을 교육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고 마을에서 직접 교사, 학생들을 모아서 가르치거나 학교에 들어가 방과후 학교 강사로 활동하도록 한 사업이다. 2013년에 15개 분야 300여명이 연수를 수강하여 수료생가운데 46명이 마을교사로 인증 받아 대부분 방과후 학교 강사, 학교 돌봄교실 강사, 지역아동센터 강사, 주민자치센터 강사, 복지관 강사, 어린이집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관내 많은 초등학교, 중학교가 마을교사를 적극 신청해오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마을교사 사업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휴일에 온 동네가 마을학교로 변한다는 것이다. 지역교육시민단체들의 네트워크인 금천교육네트워크에 위탁하여 토요일은 마을이 학교다프로젝트를 운영하여 현재 약 61개 프로그램에 3000여명의 학생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고 한다. 주민 3명과 마을교사만 모이면 구청에 마을 학교 등록이 가능하며, 주민들이 토요일에 아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 (김진경 외 저유령에게 말걸기참조)

금천구의 사례는 주민들의 평생학습 과정이 아이들 교육에 융합되고,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연대하며 성장해가는 행복한 지역교육공동체의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많은 지역에서 부분적으로 진행해오던 사업들이지만 금천구의 사례가 돋보이는 것은 지자체가 지역사회 전체를 조망하여 교육청, 주민과 함께 교육사업을 기획하고 실천하면서, 교육 공간이 학교에서 마을 전체로 확장되고, 아이들에게 협동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익산은 도농 복합도시로 유구한 역사와 공동체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지난 30여년간 교육시민운동과 청소년 문화 활동이 활발했던 지역 중 하나이다. 그러기에 아이들과 시민이 행복한 교육문화도시 익산을 꿈꾸며, 아름다운 도시, 협동 사회를 가꾸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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