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활동 후기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을 읽고

이미영전북 2021. 12. 18. 11:14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 요시다 타로 지음, 2004, 들녘

 

 몇 년 전 동료교사들과 대화하던 중,  퇴직 후 쿠바에 꼭 가보자고 약속했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아마 지금쯤 쿠바의 아바나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친구가 봉사하고 있는 작은도서관에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제목의 책을 발견하였다.

 쿠바는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와 혁명의 나라, 미국의 턱 밑에서 자신들만의 사회주의를 고수한 작은 나라, 카리브해 바다위 열대기후 섬나라 등으로 호기심과 함께 묘한 매력을 지닌 나라가 아닌가!

 1989년 유엔개발계획이 발표한 '생활지표'에서 쿠바는 라틴아메리카에서 1위, 세계 11위로 평가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는 쿠바가 모래 위의 성이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1990년 초, 미국에 대항하는 쿠바를 대대적으로 지원하던 소련의 원조가 중단되고 미국의 경제봉쇄가 잇다르자 쿠바는 극심한 경제적 붕괴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은 역설적으로 소련의 붕괴가 일어난 1990년대 초부터 일어나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식량부족, 석유부족, 일상용품이 바닥난 절대 위기에 처한 아바나의 시민들이 택한 비상수단은 도시를 경작하는 것이었다. 정부에서는 도시의 빈 땅을 시민에게 빌려주고 밭을 일구도록 하였고, 시민들은 도시농업동호회를 만들어 유기농 농사법을 배우고 공유하며 경작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10년만에 아바나 220만 시민들은 채소를 자급자족하게 되었다. 눈에 띄는 것은 농가, 농업 연구자 간의 협동 연구, 주민들의 세미나, 이러한 과정에 기반한 당국의 도시농업진흥계획 등 치밀한 네트워크화로 아바나의 도시농업은 뿌리내릴 수 있었다. 전문가가 종자와 퇴비를 판매하는 컨설팅숍을 국영에서 독립채산식 자립운영으로 바꾸고, 주민들이 운영하는 채소직판장의 인기는 아바나의 도시농업을 성공으로 이끌게 된 징표이다. 이전 쿠바는 사탕수수, 담배 등 단일경작재배(플랜테이션) 중심의 농업국가였기에 도시농업이 자리잡기가 어려운 환경이었다.

 저자는 아바나의 유기농 도시농업은 먹거리 해결에서 그치지 않고, 채소를 운송할 필요가 없는 교통혁명으로 확장되었음을 강조한다. 과거 농산물은 트럭이 운송수단이었다면 이제는 주민들이 도시 자체에서 생산, 판매하기 때문에 자전거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유기농장과 수도 공원, 자연에너지로의 전환은 아바나를 생태도시화하여 세계의 생태환경운동가, 당국자, 관광객들을 불러들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생과 주민들에게는 환경교육을 통하여 지구촌 기후위기를 이끌어간다는 자부심을 심어주었다.

 저자가 본 아바나의 도시농업이 준 교훈은 주민들의 커뮤니티와 학생들과 함께 하는 환경교육, 현장에 기반한 정부의 정책이 결합되는 과정으로 생태도시화가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와는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으로 다른 작은나라 쿠바의 사례는 현재 심각한 도시문제에 직면하고 있고,  21세기 지속가능한사회를 지향해야 하는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주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