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메아리]독서는 즐거움을 주는 놀이
이미영(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이사장)
3천여 개의 학교, 15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1년 동안 후보작을 모두 읽고 작가와의 대화, 책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 후에 직접 투표하여 수상작을 선정하는 아동문학상이 있다.
프랑스의 '앵코륍티블상'이다. 우리나라 작가로는 몇 해 전에 판타지 동화 '고양이학교'로 김진경 시인이 수상한 적이 있다. 김진경 시인도 후보작에 올랐던 기간 동안 프랑스 전역의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작가를 만나는 이 날을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날로 정하고, 아이들은 한복을 입거나 태극기를 그려 교실에 달아 작가를 환영해주었다고 한다.
'앵코륍티블상'위원회가 이렇듯 독특한 방식의 상을 제정하게 된 취지는 책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놀이라는 시각을 갖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독서는 즐거움을 주는 놀이여야 한다. 그래야 독서의 생명력인 자발성과 자율성이 밑바탕이 되어 아이들은 책을 읽게 되며, 그 힘으로 스스로의 삶을 꾸려갈 수 있을 것이다.
독서가 즐거우려면 어린이와 청소년기엔 다양한 놀이를 독서와 연계하고, 신문, 잡지, 음악, 영화, 그림 등 다양한 매체와 연결하는 독서 문화를 형성해주어야 한다. 또 다양한 체험과 여행 등을 통해 상상력을 자극해 줄 때 아이들은 독서는 즐겁고 가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우리 청소년들이, 가정에서는 책을 읽는 부모의 모습을 늘 접하고, 지역사회와 학교에서는 예술교육과 동아리 체험 활동이 연계된 다양한 독서 환경을 제공받으며, 모든 학교도서관마다 배치된 사서교사에게 친절하게 독서활동의 도움을 받는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최근 경남교육청은 독서교육 활성화를 위한 '학교 독서교육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 예고하고 범도민 독서운동에 나서겠다고 발표하였다. 우리 지역에서도 작은 도서관 설립 운동 등 책 읽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다양한 읽을거리나 읽고 싶은 꺼리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아이들은 독서에 흥미를 갖기가 쉽지 않다. 나이와 학년에 맞춰 부여된 추천 도서 목록에 매달린 독서 학습, 학생부에 기록하기 위해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야 하는 자발성이 결여된 독서는 아이들에게 흥미를 잃게 만들 뿐이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올바른 독서교육을 위해 10여 년째 노력해오고 있는 교사들이 있어 소개할까 한다. (사)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소속 중등교사 독서모임 '책만세'와 초등교사 독서모임 '읽고살고' 회원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매주 모여 책을 읽으며 독서교육 방법과 정보를 교류하고, 학교와 지역에서 꾸준히 독서교실과 독서캠프를 열고 있다.
'책만세'에서는 올 여름방학에도 어김없이 열두 번째 3박 4일의 '청소년 독서학교' 캠프를 개최하였다. 처음엔 부모의 강권으로 참가했다는 학생들도 캠프가 끝나자마자 벌써 다음 캠프가 기다려진다고 아우성이었다. 또 독서교실과 독서캠프를 거쳐 온 고교생, 대학생 선배들이 자원봉사자로 참가해 후배들의 독서활동 지도와 멘토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은 교사들의 그동안의 땀방울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주었다.
이들 교사들이 오는 11월 20일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책과 함께 놀자'는 주제로 '2010 어린이·청소년 독서한마당'을 마련한다. 깊어가는 가을 주말, 아이들의 웃음소리 들리는 독서한마당으로 자녀와 함께 책 나들이 한 번 가 보는 것은 어떨까?
/ 이미영(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이사장) (전북일보 2010.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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