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청소년동아리를 활성화하자

이미영전북 2010. 10. 14. 17:16

[새벽메아리]청소년 동아리를 활성화 하자

어릴 적부터 경쟁 교육에 내몰려온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과연 얼마나 될까? 교육현장에서 만난 학생들에게 행복하냐고 물으면 대부분 망설이거나 고개를 흔든다.

정보화시대 아이들에게, 산업화시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부모세대들이 청소년기는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얘기다.

21세기 아이들은 이미 문화의 생산자이자 소비자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이나 정부의 청소년 정책은 청소년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보다 오직 입시와 성적 중심의 학교 문화에 의존해온 면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이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생활이 즐겁지 않으면 삶은 건조할 수밖에 없다. 어른들이 걱정하는 청소년들의 게임중독, 음주, 흡연, 폭력, 왜곡된 성의식 등 일탈은 아이들에겐 자기 문화의 또 다른 표현 방식이기에 죄의식도 적다.

때문에 교육 현장과 지역사회에서, 아이들의 삶의 질 향상과 건강한 문화 형성을 위한 노력을 더 이상 미루거나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름길은 단연코 청소년 동아리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보면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표정도 밝고 인간관계도 원만하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협동심과 리더십을 배우고 익히며 자신의 정체성 확립과 세계관을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 현장에서 동아리 활동은 매우 미미하며 교사들의 관심도 떨어져 있다. 특히 다양한 동아리 활동 욕구가 가장 높은 고교생들은 입시 분위기에 눌려 활동이 많이 위축되어 있다.

익산지역 고교생들이 10여년 전부터 만들어오고 있는 청소년신문 '벼리' 발간은 전국적인 모범사례이다. '벼리'신문을 헌신적으로 지도해오고 있는 지도교사에 의하면 아이들은 소통과 협력을 배우며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는 기자 활동에 만족도가 매우 높으나, 학교와 부모의 반대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한 동아리 지도교사의 노력으로 13개 축구동아리가 구성되었고, 지난달 3주 동안 방과 후에 리그전이 열렸다. 교실 밖 아이들의 싱그러운 몸짓과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행복 바이러스는 바로 전염되어 이달엔 배드민턴 동아리로 확산되고 있다.

다행히 최근 교과부는 학교체육 활성화 방안으로, 스포츠동아리를 지원하고 학생생활기록부에 활동 내용을 기록하는 방안을 발표하였다.

글로벌 시대는 창의적이며, 남을 배려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인성을 겸비한 통합형 인간을 요구하고 있다.

늦었지만 정부와 교육 당국에서는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인간을 기르기 위해 내년부터 초·중·고교에서 '창의적 체험활동' 교육과정을 확대 운영하고 지원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한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아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청소년 문화를 육성 지원하는 방향이어야 성공할 수 있다. 아이들의 삶을 진지하게 들여다보지 않고, 또다시 고입, 대입 반영 자료를 위한 학생생활기록부 기록용 활동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아이들이 학교뿐 아니라 학교 밖 지역사회의 모든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전 생활이다. 이제는 지역사회와 교육 당국이 함께 나서서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너무도 좋은 체험기회인 '전주세계소리축제'와 중간고사 기간이 왜 꼭 겹치는지 안타깝네요." 며칠 전 소리축제에서 만난 어느 교사의 얘기부터 새겨들어 볼 일이다.

/ 이미영(전북 청소년교육문화원 이사장) 2010.10.13 전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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