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07월 14일자
행복한 학교의 조건
- 이미영(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이사장)
'기타를 배우고 싶어요', '구강 치료를 받고 싶습니다.' '가족이 다함께 외식 한번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학교 교육복지상담실에서 운영하는「소원우체통」에 들어온 학생들의 소원 내용들이다. 상담교사와 학교사회복지사, 담당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동분서주하였다. 그 결과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으로 기타반을 개설하였고, 학생의 딱한 사정을 듣고 치과에 다닐 수 있도록 치료비를 지원하였다. 또 오는 여름방학엔 가족과 함께 외식과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학생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
또 하나, 우리 학교에서 가장 활기찬 곳을 소개하자면 단연 도서실이다.
국어교사의 헌신성에만 의존해온 도서실에 사서교사가 배치되면서 도서실은 밀려드는 아이들로 늘 북적인다.
도서실에서 운영하는 여러 사업 중 필자도 참여하고 있는「독서멘토링」사업은 교사 한명이 학생 2-3명과 함께 책을 읽고 대화하며, 학생의 미래를 설계해보는 사업이다. 여기에 15명의 다양한 교과 교사들이 학생들의 독서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이렇듯 학교가 학생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우리학교가 저소득층 학생들의 교육․ 복지․문화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교육복지투자우선사업 학교로 지정되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학교에 인적, 물적 교육인프라가 제공되고 교사들의 열정과 노력이 더해졌기에 가능하였다.
타 시도에 비해 농산어촌과 도시 저소득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라북도는 학교가 교육 문화적으로 소외된 아이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중심 역할을 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도교육청은 대구광역시에서 올 1월부터 시행중인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지원 조례" 제정이나 교육정책과 산하 "교육복지 및 농산어촌 교육전담팀"을 운영하여 체계적인 지원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교육복지 정책은 청소년들의 정서와 심신발달은 물론 학업만족도를 높여 학력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엔 반드시 행복한 교사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교사가 학교생활에서 행복감을 느끼지 않으면 결코 질 높은 교육에너지가 발현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교사는 어떤 교육 활동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게 될까?
먼저, 미래형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이다. 즉 입시중심 경쟁 교육에서 벗어나 미래사회에 적합한 교육 과정 활동에 열정을 불어넣을 수 있을 때 교사들은 행복하다. 도내에도 이러한 학교들이 여럿 있지만 단위 학교 몇 몇 교원들의 노력에만 의존해온 점이 크다.
다음으로, 학교장과 허심탄회하게 학교 운영에 대해 토론하고 소통하는 민주적인 학교 분위기일 때 교사들은 행복하다. 여기에는 교장선생님의 열린 자세와 개혁적인 마인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 교육감의 공약인 혁신학교의 모델이 되고 있는 경기도의 혁신학교 성공도 바로 학교장의 민주적 리더십과 교사들의 참여와 토론 속에 그 학교에 가장 적합한 교육 과정을 편성, 운영하였기에 가능하였다.
그리고 변화하는 지식정보화사회에 필요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연수를 제공 받을 때 교사들은 행복하다. 그러려면 현장 교수 학습과 교육 활동에 절실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연수프로그램 계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 스스로 변화하려는 의지일 것이다.
교사의 자발성과 헌신성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교육 정책은 성공할 가능성이 적다.
새 교육감은 교직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력으로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을 이끌어 내주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이미영(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이사장) (전북일보,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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