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학교자율화에 대한 교육단상

이미영전북 2010. 2. 26. 19:02

매일같이 쏟아내는 교과부의 학교자율화정책으로 학교 현장은 온통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장중심 자율화를 추구한다는 명목의 정책들이 정작 학교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것은 핵심주체인 학교 구성원인 교직원, 학부모, 학생들은 구경꾼으로 전락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장기적인 교육발전 로드맵 아래 추진해야 하는 교육정책 대신 현 정부 특유의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정책추진 방식도 한 몫 한다고 볼 수 있다.

학년을 마무리하는 요즘, 교사들은 가슴이 허전하다고 말한다. 전보다는 분명 학교에서 무엇인지 모르게 열심히 근무했는데 교육적 성취감을 못 느낀다고도 했다.

이는 교육 현장에서 우리 교육계의 병폐인 과거 하향식교육행정이 다시 강화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즉 각 종 사업은 많이 추진하고 있으나 진정한 교육적 성과를 가져오는 사업은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교사는 누가 뭐라 해도 일년이 지나갈 즈음 한층 성장한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가슴 뿌듯한 보람을 느끼며 그 성취감으로 새 학기를 준비할 힘을 얻는다. 학교 현장의 진정한 자율화 방안이 성공하려면 교육의 핵심주체인 교사의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학교는 지역주민, 학부모, 지역사회단체와 결합하여 지역사회학교로서의 구심 역할을 수행할 때 진정한 교육성과를 이룰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교육주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자율적인 교육 실천사례 '독서문화체험교실'과 '익산농촌교육 활성화사업'을 소개해보고 싶다.

독서문화체험교실은 학교, 도교육청, 교육시민단체가 함께 협력하여 학교 안 독서교실을 성공적으로 이끈 사례이다.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소속 교사동아리 "책만세"는 지난 2003년부터 지역사회에서 방과 후 독서교실, 독서캠프 등을 운영하며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기획 실천해왔다. 그리고 올해는 마침내 회원들이 소속된 14개 초ㆍ중학교와 협력사업으로 독서교실을 운영, 매우 열성적인 교사들의 지도아래 독서교육이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사업예산은 장학재단 공모사업에 선정된 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의 지원과 도교육청의 대응투자로 이루어져 학교는 안정적으로 독서교육을 실시할 수 있었다. 즉 학교와 지역사회가 수평적으로 결합하고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분명 높은 교육적 성과를 가져온다.

다음으로 익산농촌교육연구회(이하 농교연)가 중심이 되어 진행하고 있는 '농촌교육활성화사업'은 학교와 지역사회가 어떻게 결합하여 지역교육을 발전시키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익산농촌교육연구회는 농촌교육 활성화의 중장기적 발전 전망 속에서 농촌학교를 지원하고 있으며, 학교를 지역교육의 구심체로 자리매김 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의미하다. 함열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농교연은 작은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인근의 작은 학교들과의 협력사업, 농촌이민여성센터, 지역아동센터 등 지역사회단체와의 결합 등 교육지원 체제 구축으로 작은 학교가 활성화되는데 기여하고 있다. 농교연의 꾸준한 사업은 지역사회의 우호적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냈으며 올해는 특히 학부모들의 교육프로그램 참여가 늘어난 것이 큰 성과라고 한다. 이같은 성과는 학교장, 교사의 열린 자세, 지역사회와 교육활동가의 적극적인 파트너십이 없었다면 이룩할 수 없었을 것이다.

21세기 교육은 온 마을이, 온 국민이 아이들을 함께 기른다는 관점에서 교육 참여자로 나서야 한다.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교육협력사업, 교육 주체의 자발성이 발현되는 진정한 학교 자율화가 추진될 때만이 아이들이 성장하고 행복해진다.(2010.1.7 전북)

/이미영(전북청소년교육문화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