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여행

기점.소악도 :섬티아고를 걷다

이미영전북 2020. 10. 17. 19:52

2020.10.9

*일정: 전주(3시 30분)출발-신안군 압해읍 송공항(6시50분)출발-대기점도(8시 도착)-섬티아고 순례 시작-소악도선착장(오후2시 25)-송공항 도착(3시)-천사대교-전주

*조금(5개의 작은 섬을 잇는 노둣길이 다 열려 있었다.) : 물때를 확인해야 꼭 한다.

*순례길: 대기점도: 1. 베드로의집-2.안드레아의 집-3.야고보의 집-4. 요한의 집-5.필립의짐-소기점도: 6.바르톨로메오의 집-7.토마스의집-노둣길변(8. 마태오의 집)-소악도: 9. 작은 야고보의 집-진섬: 10. 유다 타대오의 집-11. 시몬의 집-딴섬: 12. 가롯 유다의 집 (전체 거리는 약 12킬로미터로 예배당 간 거리는 300미터~1.2킬로미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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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시게 푸른 가을, 섬티아고를 걸었다.(전남 신안군 증도면 병풍리)

섬티아고 순례길은 5개의 작은 섬(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에 예수의 12사도 이름을 딴 12개의 건축미술작품을 배치해놓았다. 천천히 섬을 걷다보면 차례차례 작고 소박한 예배당을 만나게 되는데 ... 

마지막 유다의집까지 걷는 거리만 계산하면 약 12킬로미터로 3시간 정도 걸린다. 

기점.소악도는 60세대 108명이 거주하고 있는 작은 섬이다.

작은 섬이지만 주민들은 김, 낙지, 감태, 새우 등 수산물은 물론 마늘, 양파, 고추, 고구마 등 농산물도 생산한다고 한다.

5개의 작은 섬을 연결하는 노둣길을 걸을 때면 섬주민들의 땀방울과 강인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순례길을 걷는 내내 짙푸른 하늘과 바다, 바다 건너 섬 풍경들도 잊지 못할 것 같다.

가슴뭉클했던 섬티아고 여행을 선물해준 언니와 형부에게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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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빛이 초롱초롱한 새벽길을 따라 송공항에 도착!

마침내 일출을 보며 송공항을 떠나 섬티아고 순례길이 시작되는 대기점도를 향하다.

1시간여에 걸친 배를 타고 대기점도 선착장에 닿으니 제일 먼저 등대모양의 베드로의 집이 반겨준다.

푸른하늘에 바다를 담은 모습이다. 포근하다.

 

1. 베드로의 집(대기점도 선착장)

코스모스와 맨드라미가 손짓하는 언덕길을 따라 걸으니 바닷가 소나무언덕에 안드레아의 집이 있었다.

마을의 고양이조형물을 지붕에도 입구에도 배치해놓으니 정겹다. 예배당 안의 해와 달의 조형물이 이국적이다. 

안드레아의 집 뒤편엔 마을의 수호신 같은 웅대한 소나무 두 그루가 노둣길을 바라보며 서있다.

우린 이 곳에서 한동안 떠나질 못하였다.

순례길 코스모스

 

2. 안드레아의 집(대기점도 북촌마을 동산)
안드레아의 집 내부
안드레아의 집 뒤 소나무-뚜버기 친구들

야고보의 집에 가는 길은 연못을 지나 논길을 따라 걷는다. 이 작은 섬, 금싸라기땅에 논농사를 지었구나!

작은 섬이지만 골고루 다 갖춘 섬이다. 숲 입구에 맞배지붕에 나무기둥을 양쪽에 배치한 야고보의 집이 나타났다.

예배당에 들어가니 정면 흰벽면에 비천상이 조각되어 있어 더욱 신비스럽다. 

3. 야고보의 집
야고보의 집- 비천상

다시 요한의집을 찾아간다. 남촌마을 팔각정을 지나니 원형의 예배당이 보인다. 예배당 안 바람창으로 멀리 묘소가 보인다. 먼저 가신 할머니를 그리는 마을 할아버지의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천정의 스테인드그라스가 영롱하다. 요한의 집을 떠나려니 고양이가 여운을 남긴다.

요한의 집(대기점도 남촌마을)
요한의집-스테인드글라스

 

다음 순례지는 소기점도로 건너는 노둣길 입구에 자리한 필립의 집이다.

건축양식이 다소 이국적인데 프랑스, 스페인 예술가의 작품으로 프랑스 남부의 건축형태를 띠었다고 한다.

지붕꼭대기에 설치한 물고기 모형과 지붕의 곡선미가 압권이다.

5. 필립의집(대기점도, 소기점가는 노둣길 입구)

필립의 집이 있는 대기점도에서 노둣길을 건너 소기점도로 가니 호수 위에 색유리로 된 조형물이 떠있다. 한 폭의 그림이다. 여섯번쩨 바르톨로메오의 집이다. 의자에 앉아 호수위의 집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푸른 하늘도 우리를 바라본다.

6. 바르톨로메오의 집(소기점도 호수 위)

 호수위의 집에서 다시 토마스의 집을 찾아가는 길목에 건축미술작품을 제작했던 작가들이 머물렀던 작업실과 숙식공간이 나타났다. 프랑스와 스페인 작가인 장 미셀(프), 파코(스), 브루노(프), 얄룩(프)이 2019. 3월부터 약 1년간 머물렀던 공간으로 지금은 떠났다고 한다. 다시 걸으니 저 멀리 숲이 보이는 곳에 흰 사각형의 건축물이 보인다. 일곱번째 토마스의 집이다. 

 

작가들의 작업실
7. 토마스의 집(소기점도 게스트하우스 뒤편)

순례길을 걷기 시작한지 천천히 3시간 정도를 걸으니 목이 타고 배도 고프다. 마침 게스트하우스와 마을식당이 자리하고 있었다. 시원한 막걸리 한 잔 하니 세상 행복하다. 김국을 곁들인 낙지비빔밥을 맛있게 먹고 마당 옆 작은 카페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니 시원하다. 카페안에서는 12예배당 모양의 소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게스트하우스 식당

점심을 먹은 게스트하우스 앞에 소악도로 건너가는 노둣길이 있다. 노둣길 중간에 여덟 번째  마태오의 집이 우뚝 서있다.  세상에 이런 풍경이 있을까! 아마 천국에 있을까! 마태오의 집은 밀물 때를 만나면 섬이 되니 물이 빠질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섬 주민들이 농사짓는 양파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하는 마태오의 집 황금지붕은 러시아정교회를 연상케 하였다.

8. 마태오의 집(소점도-소악도 노둣길 중간
마태오의 집

꿈속에서나 만날 법한 마태오의 집을 나와 노둣길을 걸어 드디어 소악도에 도착한다. 아홉번째 작은 야고보의 집을 찾아가는 소악도을 걷노라니 소악교회가 보인다. 순례자를 위해 설치해 놓은 조형물이 정겹다. 이번 동행인 뚜버기친구들과 한 컷 하고 다시 걸으니 마침내 소악도 둑방길 끝, 산골마을 작은 오두막을 연상케하는 작은 야고보의 집에 도착했다. 예배당의 목재는 100년된 고택의 기둥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지구 저쪽 어부들도 바다에 나가기 전 어부의 집이라 불리는 예배당에서 기도를 하고 바다에 나갔다고 한다.

 

방랑자에서 순례자로!!!
9. 작은야고보의 집(소악도 둑방길)

소악도 노둣길을 걸어 진섬에 다다르니 삼거리에 열번째 유다 타대오의집이 있다.

뾰족지붕과 예배당앞 오리엔탈 타일이 멋스럽고 산뜻하다.

앞서서 걸었던 형부와 언니가 반갑게 재회하다(ㅎ)

10. 유다 타대오의 집-언니부부(소악도 노둣길 삼거리)

순례길도 서서히 마무리되어가는 열한번째 시몬의 집을 향한다.

언덕 위에 서있는 시몬의 집은 바다를 품고 있었다. 

툭 트인 문 밖으로 푸른 바다가 넘실거린다. 

웬지 내 가슴도 일렁인다.

11. 시몬의 집(소악도 진섬의 솔숲해변)

마지막 열 두번째 가롯 유다의 집은 딴섬에 있었다.

진섬에서 모래사장을 걸어가면 무인도인 아주 작은 섬, 딴섬이 있다.

모래를 밟으며 가는 길이 묘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붉은 벽돌의 교회모습이다.

교회 앞에 유다를 상징하듯 비틀어진 벽돌기둥 종탑이 있다. 

순례를 마치는 종을 치며 무거웠던 마음속 티끌을 소멸시켜본다.

12. 가롯 유다의 집(소악도 딴섬)

가롯 유다의 집을 마지막으로 섬티아고 순례길을 마쳤다.

진섬에 있는 소악선착장에서 송공항 배를 타니 30분만에 도착한다.

순례길 내내 보았던 우리나라에서 네번째 길다는 천사대교(압해도-암태도)를 시원하게 드라이브하고 전주를 향했다.

짧지만 긴 여행을 한 것 같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일렁임, 때론 담담함, 충만한 삶을 되새겨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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