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여행

차마고도트레킹(3)-나시족의 길

이미영전북 2018. 9. 25. 08:53

2018. 9.17(월) 나시족의길 트레킹

오늘은 나시족의 마을인 옥호촌을 방문하고 나시족의 길을 트레킹하는 날이다.

나시족이 생활하고 있는 전통마을을 둘러보며 생생한 그들의 일상과 문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기대했던 코스였다.

여강시내 호텔에서 버스로 30분쯤 가니 옥룡설산 산자락 하단에 자리잡은 나시족마을인 옥호촌이 나온다.

아마 옥호촌은 내 눈으로 보기엔 옥룡설산의 선상지인 선단에 자리잡은게 아닐까 추측해본다.

옥호촌은 명나라때부터 나시족 지방 왕의 여름피서지로 현재도 375가구, 약 1,000여명의 주민이 생활하고 있는 마을이다.

마을입구에 들어서자 오화석으로 정갈하게 정돈된 골목길과 운치있는 마을 풍경에 일행 모두는 감탄을 했다.

나시족의 독특한 건축양식인 2층 기와집, 높은 돌담이 눈을 사로잡았다. 

돌로 바닥을 깔아 만든 골목길에서 새벽녘 일하고 돌아오는 여인, 아이를 말에 태우고 등교시키는 할아버지를 만나기도 하였다.

가이드로부터 미국의 탐험가 조셉 락(1884-1962)이 비행기 불시착 사고로 이 마을에 오게 되었고, 따뜻한 주민들과 아름다운 풍광에 매료되어 십 수년간 이 곳에서 살며 내셔날지오그래픽에 마을을 소개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힐튼이 조셉 락의 기고문을 읽고 영감을 받아 쓴 소설이 '잃어버린 지평선'이라 하니 난 소설같은 이야기가 있는 옥호촌에 점점 빠져들었다.  

조셉 락이 살던 집에는 소박한 박물관도 조성되어 있어서 당시 그의 삶과 기록물, 나시족의 자료를 볼 수 있었다.

마을 안쪽에 들어서니 세상에서 가장 자연친화적인 그림같은 고급호텔도 있었다.

우리 일행은 호텔정원에서 사진을 찍으며, 품위있는 나시족의 인물사진을 감상하였다. 

 

아침 일찍 일하고 들어가는 나시족 여인

등원하는 아이를 말에 태우고 가는 할아버지 

조셉 락 생가와 박물관

 

박물관내 조셉 락 사진과 그가 마을을 소개한 내셔날 지오그래픽 잡지

 

마을내 고급호텔 경관

호텔 내 대단한 풍모의 나시족 사진앞에서

호텔 로비에서

정겨운 나시족마을 옥호촌 풍경

 

옥호촌 마을엔 비취색의 옥호가 있다.

아름다운 옥호를 한바퀴 돌며  맑은 공기를 맘껏 들이 마셨다.  

옥호 주변엔 나시족의 민족종교인 '동파교' 사원도 있어 들러보았다. 

이 곳이 티베트 접경지역이어선지 스님 복장도 라마승과 비슷하였고 사원 한켠에 있는 솟대는 몇 년 전 갔던 우리 민족의 시원이라고 일컫는 바이칼 알혼섬의 솟대와 비슷하였다.

옥호촌(해발2700미터)의 하이라이트는 이 곳에서 용녀호수까지 말을 타고, 초원에서 나시족 전통 음식으로 점심을 먹는 것이었다.

난 할아버지가 끄는 말을 타게 되었는데 말은 놔 두고 저 멀리서만 따라오신다.

이미 험준한 차마고도에서 말을 타 본지라 초원을 맘껏 즐기며 용녀호수에 도착하니 나시족 여인들이 전통춤을 추며 반겨주었다.

한없는 해방감에 우리 일행은 나시족 여인들과 손잡고 같이 춤을 추었다.

너른 초원에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고 게르가 몇 채 있었다.

야크젖을 발효한 수유차, 돼지고기를 신선로에 끓인 나시족 전통음식, 보리빵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초원에서의 점심을 들었다.

 

옥호

 동파교 솟대

동파교 사원(스님께서 사진도 찍으라고 허락해주신다.)

마지막에만 사진 찍으라고 고삐를 잡으시는 나시족 할아버지 ㅎ

부드러운 능선의 산과 용녀호수, 그리고 초원

일행을 환영하는 나시족 여인들과 전통춤을 같이 추다

초원에서 해방감을 맛보다.

 

점심을 먹고 본격적으로 나시족 주민의 안내를 받아 '나시족의 길'을 트레킹했다.

옥룡설산의 뒤편으로 오르는 낮은 산허리와 평원이 어우러진 나시족의 옛길이었다.

배부르게 먹은 점심과 고도가 높은 곳을 산행해서인지 속이 몹시 거북하고 힘든 등산을 1시간쯤 하니 넓은 평원이 나온다.

이 곳이 간허바다. 해발고도를 물어보니 3,200미터란다. 일행들 대부분도 답답하고 숨히 차는 약간의 고산증 초기 증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그러나 한없이 너른 초원을 걷는 이 기분을 무어라 표현해야 할까!

가슴이 뻥 뚫리는 해방감에 소리를 질러보았다. 

얼마나 초원을 걸었을까! 난 눈을 의심했다.

초원은 하얀 석회 성분의 말랑말랑한 석회 땅이었고 난 그 곳을 밟고 있었다.

이 곳은 석회암 지대로 어디선가 용출한 지하수와 산록에서 흐르는 물이 흘러 용식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현재진행형 카르스트지형이었다.

지리교사였던 나는 말로만 듣던 카르스트지형 형성과정을 직접 목도하니 흥분되었다.

빗물이나 지하수에 포함된 이산화탄소 성분과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용해되어 탄산수소칼슘이 침전되는 석회화 지형이 형성되는 현장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이 현상이 지속되면 평원 끝에서쯤 석회화 단구가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저멀리 호수가 보이고 석회화 단구가 진행되는 경관이 보였다.

그러나 끝까지 가보지 못하고 일정상 산허리에서 감상만 하며, 자세히 관찰할 수 없음이 더없이 아쉬웠다.

언젠가 이 곳도 구채구, 터키 파묵칼레처럼 석회화 단구 지형이 형성되겠구나!

간허바 석회화 지형 경관은 세계적인 카르스트지형인 운남성 석림을 가까이 와서도 못보고 가는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초원을 뒤로하고 기생식물과 버섯으로 온 몸을 감은 밀림 너덜지대를 겨우 빠져 내려왔다.

3시간여 트레킹을 마치고 마침내 승차장에 도착하니 온 몸이 뻐근하다.

이번 여행의 트레킹은 모두 마친 셈이다.

다시 올 수 있을까! 차마고도 다시 한번 꼭 오고 싶다. 

 

간허바 초원에서

초원의 석회와 과정

 

평원이 끝나는 경사지점에 석회화 단구가 진행되는 모습

밀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