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교육문화원이 선택한 가을여행지로는 최고였다. 작은 마을공동체에서 보낸 시간이 한나절밖에 안되는데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 밀려와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번 가을기행지는 부여 송정 그림책마을과 신동엽문학관이었다. 그래선지 유난히 자녀와 함께 온 가족들이 많았다. 전주에서 출발한지 한시간여 만에 부여군 양화면 송정그림책마을에 도착했다. 거대한 정자나무들이 어우러진 마을입구에서 이장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아담한 마을 정경을 바라보며 이장님으로부터 마을의 역사를 들었다. 400여년 전 인조반정을 피해 박정예 할아버지가 볕 좋은 송정마을에 정착하면서 마을이 이뤄졌으며 현재는 30여가구가 살고 있다고 했다. 우리 일행은 먼저 노인회장님의 안내로 송정마을 8경을 답사하였다. 첫번째 기행지인 마을입구 동산의 오백살도 더 먹은 거대한 도토리나무앞에 서니 저절로 마음이 정화되는 것 같다. 오래된 우물앞에서는 물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아래뜸 우물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으로 우리 일행은 마을 중앙에 자리잡은 송정야학당이란 간판이 붙은 허름한 건물 앞에 섰다. 1925년쯤 일제시대부터 마을사람들이 힘을 모아 지었다는 야학당이었다. 야학당이 있어 송정마을엔 문맹자가 한 명도 없다며 노인회장은 야학당교가를 힘차게 불러주신다. 마을을 돌러보며 송정(덕용)저수지로 가는 길목 집집마다 걸려있는 그림 문패가 정겹다. 이윽고 송정저수지에 도착하니 제법 규모가 크고 호수 중앙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가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1942년 시작해서 1955년 완공했다는 저수지 건설시 송정마을도 물에 잠길뻔 했는데 마을 사람들이 반대해서 지켰냈다고 했다. 저수지 주변의 산에는 울림바위가 있었고, 출렁다리를 건너 호랑이가 살았다는 호랑이굴을 보고 잠시 동심에 젖어보았다. 호수 저 멀리 서동요 세트장이 있고 부여학생수련원도 보였다. 우리일행은 마을로 돌아와 아담한 건물의 그림책마을찻집에 들어갔다. 마을 어르신들이 쓴 그림책이 20여권 놓여 있고. 어르신들의 그림 작품이 벽면 가득 전시되어 있었다. 일행은 각자 자리를 잡고 그림책을 읽었다. 난 어느 할머니가 쓰고 그린 '누릉지'란 제목의 그림책을 읽었는데 일제시대 농사지은 쌀을 수탈당해서 배고프고 서럽던 이야기였다. 그림책을 보노라니 저자인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직접 책을 읽어주신단다. 할머니가 키워주셔서 행복했던 어린날과 15세때 집에서 돌아가시는 할머니를 지켜본 기억을 쓴 '우리 할머니'를 읽어주실땐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송정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고 계신다는 할아버지가 '내 친구'를 읽으시며 먼저간 친구가 그리우신지 목이 메일땐 우리도 같이 눈물을 닦았다. 이윽고 점심식사 시간이다. 마을 어르신들이 정성껏 싼 주먹밥도시락이었다. 나무도시락 바닥에 나뭇잎을 깔고 주먹밥을 놓은 도시락을 보니 마음이 찡하였다. 환경을 생각하며 만든 생태도시락이었다. 삼삼오오 모여앉아 도시락을 먹고 난 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데 인형극 공연을 하니 모이라고 한다. 인형극은 '삼녀의 꿈 ' 양성평등을 주제로 한 공연이었다. 평균 80세 어르신들이 공연하는 인형극을 보는것도 난생 처음인데 주제가 양성평등이라니 더더욱 놀랍고 감동이었다. 기행에 함께 온 어린이들도 인형극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제 마을을 떠나야 할 시간이다. 우리 일행은 아쉬운 마음으로 마을에서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로 만든 차, 어르신들이 그린 그림엽서를 구입하고, 다음 목적지인 신동엽문학관으로 향했다. 송정마을 어르신들의 그림책만들기 도전은 3년이 걸렸다고 한다. 난 자신의 삶을 그린 그림책만들기 프로젝트를 중학생들의 자유학기제 수업으로 진행해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일행 모두가 송정그림책마을에 마음의 고향을 하나 심고 온 가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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