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8. 20(금) 오후2시. 순창작은영화관
오늘 순창작은영화관에서 열린 감동적인 영화시사회에 다녀왔다.
순창동계중고 전교생 40명이 '배우'는 물론 감독, 촬영, 소품.분장 등 전분야에 참여, 여름방학전 2주간 여균동 총감독과 함께 작업하고 만든 두 편의 영화이다.
동계중학생들이 만든 '무슨 일이 있나 봐(8분)' 동계고 학생들이 만든 '학교 탈출'(11분)을 감상하며 농촌작은학교 아이들이 이룬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제작 과정은 사회적협동조합인 <우리 영화 만들자-김영연대표>에서 교육과 지원을 했다고 한다.
앞으로도 더 많은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이 만든 영화가 탄생하기를 소망해본다!
동계고 양경자선생님의 후기를 통해 영화 작업을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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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캠프 후기
우리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 왜 우리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영화캠프 하기로 하셨어요?”
“ 모든 교육과정을 너희들의 의견을 꼭 물어야 하는 것은 아냐. 샘들이 너희들에게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함께 논의해서 결정한 거야”
“ 그래도 하기 싫은데요.”
교무회의에서 수차례 논의 끝에 전교생이 참여하는 영화캠프를 하기로 결정한 그동안의 노력도 무색하게 비판의식이 남다른 우리 아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올해 초 혁신더하기 학교 준비 워크숍에서 교사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참여하여 활동하는 교육과정을 통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고 다짐했다. 영화캠프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협력’하는 활동으로 ‘교육적 의미’를 고려하여 결정한 것이다. 아이들의 반응은 우리들의 기대와는 달랐지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학기 중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캠프가 시작되었다.
영화캠프 기간 아이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보건실 들락거리던 아이들이 점차 횟수가 줄어들고 조퇴하던 아이들이 하루 온 종일 학교에 있는 걸 즐겨 하였다. 아침에 코로나 방역차 체온계를 들이대다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엔 오늘 하루 활동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 가득해 보였다.
처음에 소극적이던 아이들이 점차 영화수업 속으로 ‘스며’들었다. 주말 수업에 광주나 전주에서 등교하는 아이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한 숙소에 처음에는 4명만 지원했으나 순창, 동계지역 아이들까지 합세하여 14명이 함께 밤을 지새웠다. 그렇게 친구들과, 선후배들과 우정의 밤을 함께 지새웠다. 몇 명 되지도 않은 반에서 평소 서로 말도 하지 않고 지내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수다를 떨며 친해졌고, 친구들과 놀 때 가장 행복하다는 아이, 그런데 친구가 없어 하루종일 혼자 만화만 그렸던 아이는 선배들과 활동을 하며 얼굴가득 환한 미소를 띠며 샘의 허리를 껴안는다.
2주간의 영화캠프가 막을 내렸다. 내부 시사회를 통해 아이들이 서투르게 편집한 영화 4편도 감상했다. 솔직히 남량특집을 겨냥한 호로영화이지만 주제의식이나 배우들의 연기도 시원치 않아보인다. ‘호로 삐급’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기대했던 ‘교육적인 의미’를 어느 정도 충족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영화캠프기간 아이들의 활동과정을 지켜본 바에 의하면 자신있게 “예”라고 답할 수 있다.
가장 의미있는 변화는 교과 수업활동이나 친구관계에서 소극적이었던 아이들, 자의든 타의든 소외되었던 아이들이 영화수업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심지어 오디션에 지원하고 배우로 활동하기도 한 점이다. 무엇이 그들을 변화시켰을까. 함께 시나리오를 만들고 역할을 나눠 작품을 만들어 가는 목표가 분명한 학생중심활동과, 매일 매일 활동을 평가하고 디테일하게 분석하여 학생 한명 한명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했던 스텝들의 노력, 교육을 맡은 강사진들의 최고의 전문성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 수업을 고민하는 교사들이 배울 지점이다.
또다른 변화는 학년별로 학생수가 많지 않아 항상 아이들이 서로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적어 아쉬웠는데 중, 고 무학년제로 학년을 뛰어넘어 선 후배가 활동을 하면서 서로 친해지고 서로를 통해서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다. 혼자 다녔던 아이가 후배들과 나란이 서서 얼굴가득 함박웃음 짓고 수다를 떨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활동을 통해 후배는 선배의 진면목을 접할 수 있어 “존경한다”, “반할 것 같아요”라고 서슴치 않고 말한다. 선배 또한 후배들 한명 한명 챙기고 배려하는 모습이 진정 선배 역할을 할 수 있어 좋아한다. 촬영하는 동안 늦게까지 불평 불만없이 각자 맡은 역할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어려만 보였던 아이들이 갑자기 달라 보여 안경을 닦고 다시 보게 된다. 그새 훌쩍 자란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학습 의욕이 없다’. ‘모든 일에 소극적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캠프 활동을 지켜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아이들은 충분히 열정이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아이들의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교육 과정과, 치밀한 학생활동 중심과정, 그것을 주도면밀하게 지원하고 안내할 교사들의 준비와 인내가 필요하다. 물론 처음부터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을 고려한 지치지 않고 설득할 끈기도 필요하다.
어떤 영화가 만들어질까 기대하고 지켜봤지만, 어떤 영화든 그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어떤 영화를 만들지 아이디어를 나누며 말도 안된다며 서로 낄낄거리고, 숙소에서 동네가 떠나가도록 소리지르며 게임을 했고, ‘혹시 나도 명배우가 될 소질이 있는 거 아냐’ 생각지도 않던 오디션에 긴장하며 참여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늦게까지 남아 촬영하고, 주말에 남아 촬영에 쓸 소품을 만들며 여기저기 분주히 뛰어다니며, 모둠별로 음악과 영상을 편집하며 그렇게 2주가 훌쩍 지나갔다. 그동안 아이들은 이 모든 활동에 처음과 달리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집중했으며, 서로 친해졌고, 그래서 학교에 오는 게 재미있었고, 아프지만 촬영현장을 떠나기 싫었고, 학교는 이상한 흥분과 생기로 가득했다. 아이들은 행복했다. 그거면 됐다. 충분하다.
영화캠프 후 방학 전에 다시 조정한 진로창업 동아리 중 유투브 동아리는 1학기에 폐지까지 고려했었는데 영화캠프 후 인원이 증가하여 살아남았다.
이제 개학 후 극장에서 시사회가 남았다. 우리가 함께했던 뜨거웠던 2주간의 여름을 아이들은 각자 어떻게 기억하고 무엇을 배웠을까. 2학기에는 그 기억들을 끄집어내고 함께 했던 열정들을 다시 되살려 어떻게 교육과정으로 집중하게 할지 그건 우리들의 몫이다. 아이들이 행복했던 그 모습과 기대가득했던 눈빛, 열정적인 몸짓을 2학기에도 수업 속에서, 모든 활동 속에서 보고 싶다. (동계고 양경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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