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지역: 정인승기념관-문태서·박춘실의병대장전적비-토옥동계곡(장수군 계북면 양악리)
장수 토옥동계곡은 웅장하고 청량하였다. 북덕유산과 남덕유산 사이의 골짜기인 토옥동의 험준한 계곡 길을 올라 고개를 넘어가면 거창군 월성리가 나온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장수군 계북면 양악마을 사람들은 이 고갯길을 넘어 거창으로 장을 다녔다고 한다. 토옥동은 한말 의병전투가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곳이고, 입구에 위치한 양악마을 어귀에는 문태서·박춘실의병대장전적비가 서있다. 또 양악마을은 애국자이자 국어학자인 정인숭선생이 태어나신 곳으로 정인숭기념관이 아담하게 조성되어 있다.
일생을 우리 말과 글을 연구하며, 후학을 길러내신 정인승선생(1897년~1986년)의 생애는 가장 위대한 교육자의 길이라고 여겨진다. 선생은 아홉 살 때, 황성신문에 난 ‘是日也放聲大哭’을 보신 아버지의 통곡 소리에 영문도 모르고 따라 우셨고, 맨주먹의 의병들이 일경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을 보고 애국을 느꼈다고 한다. 양악마을은 애국자로 일생을 살게 될 어린시절 정인승선생의 삶터이자 배움터였다. 일제 치하 선생은 연희전문을 졸업하고 고창고보(1925~1935년)에서 10여 년간 국어와 영어를 가르치며 학생들에게 나라의 독립과 겨레의 얼을 깨우는데 전력하셨다. 일제를 피해서 1936년 4월, 조선어학회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큰사전 편찬을 시작하였고 1백여 쪽의 조판작업이 끝나갈 무렵 1942년, 선생을 포함한 사전 편찬에 관여한 11명 전원을 포함하여 모두 33명은 일경에 연행되었다. 선생은 3년간 옥고를 치르다 1945년 해방이 되자 형무소에서 풀려나오셨으나 고문으로 왼쪽 귀가 굳어 평생을 짝귀가 되어 고생하셨다고 한다.(*영화 ‘말모이’에서 윤계상으로 분한 실제 인물이 선생이시다.)
선생은 형무소에서 풀려나오자 다시 사전 편찬에 착수하여 1947년 10월 9일 큰사전 1권 편찬을 시작으로 21년 각고 끝에 1957년 한글날 큰사전 6권 완질을 펴내시는 위대한 업적을 이룬다. 정인승선생은 1951년 전북대학 국어학 강사를 시작으로 홍익대, 연세대, 외국어대 등 세상을 떠나시기 한 해전까지 교단에서 후학을 길러내셨고 4.19혁명 후 제3대 전북대학교 총장을 잠깐 맡으시기도 했다. 일제의 탄압과 모진 고난 속에서 겨레의 말과 글, 얼을 살리시다 가신 정인승선생의 일생을 되새겨볼 수 있는 정인승기념관은 청소년은 물론 시민 누구나 꼭 한번 찾아봐야 할 곳이다.
양악마을과 토옥동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덕유산을 중심으로 치열한 호남의병운동을 전개했던 격전지이다. 양악마을 입구에 있는 문태서·박춘실의병대장전적비를 찾아서 의병들의 활약상을 되새겨본다. 아래 내용은 장수군청 홈페이지에 소개된 글이다.
“문태서 호남의병대장은 1905년 을사보호조약이 강제로 조인되자 덕유산을 거점으로 호남의병단을 결성하여 신출귀몰하는 병법으로 덕유산 일대에서 500여 회 왜병을 섬멸하였고 이원역 습격작전, 장수주둔 일본수비대 기습작전 등 혁혁한 전과를 올렸으나 고향 안의에서 왜병에게 체포되었다가 경성형무소에서 34세로 옥사했다. 박춘실 호남의병선봉장은 1905년 을사보호조약이 강제 조인되자 의병 50여명을 이끌고 남덕유산에 들어가 토옥동 어구 양악에서 호남의병장 문태서장군과 호남의병단을 조직하고 장수, 무주, 진안, 안의, 함양, 거창 등지에서 유격전을 펼쳐 빛나는 전과를 올렸다. 1913년 11월 토옥동 전투에서 결사 항전했으나 일군에 체포되어 대구로 이송, 감옥을 부수고 동지 100여 명을 탈옥시켜 투쟁케 하는 등 끝까지 굴하지 않다가 1914년 6월 3일 40세에 옥중에서 자결하였다.”
그리고 이름 없는 의병들의 숭고한 뜻도 함께 되새기며 토옥동 계곡으로 들어가 보라. 덕유산의 청량한 바람은 가슴 속 깊이 들어와 더위를 달아나게 할 것이다.(2021. 6.11)
*참고문헌: 건재 정인승기념관 리플렛
문태서·박춘실의병대장전적비(장수군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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