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이야기

동유럽 여행기(2015.11.10-11.18)

이미영전북 2015. 11. 28. 09:52

스페인 여행 후 동유럽을 가려던 계획이 변경되어 이번에 동유럽을 먼저 가게 되었다.

한국사 국정화 문제로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언니와의 오랜 계획으로 11.10 마침내 독일 프랑크프르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1시간의 긴 비행이었지만 별로 피곤하지 않았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버스를 타고 귄쯔부르그에 있는 호텔에 마침내 누울 수 있었다(?)

 

[역사와 자연의 나라-오스트리아]

 

 둘째날은 독일 호텔에서 출발, 오스트리아 짤츠부르크(소금성)로 이동하였다. 짤스부르크는 지명대로 소금이 풍부한 곳인데 이 곳은 과거 지각변동으로 바다가 융기하여 형성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바다가 없는 이 나라 오스트리아에 소금을 공급해주는 가장 귀한 지역이 아니었을까! 이동하는 4시간동안 창 밖에 펼쳐진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다. 8일동안 동유럽을 여행하는 내내 창밖의 경관은 구릉위에 펼쳐진 초원위에 소박하지만 기품있는 2,3층 전통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의 모습들로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그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상이 궁금해진다. 

  창밖을 바라보던 사람들에게서 탄성이 나오기 시작한다. 마침내 버스는 2000미터의 산들과 76개의 호수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짤스캄머굿에 도착하였다. 이 곳은 유럽 최고봉인 알프스 산자락으로 빙하호가 형성된 아름다운 호수가 어우러져 세계 3대 휴양지로 손꼽힌다고 했다. 고풍스런 음직점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부근에 모짜르트의 외가가 나온다. 볼프강 호수를 유람선을 타고 아름다운 호수가를 감상하면서 반가운 것은 유람선에서 흘러나오는 한국어 설명이었다. 내가 다녀본 해외 여행지에서는 처음이다.

 

볼프강 호수 유람선에서

 

이윽고 세계자연문화유산인 호수마을 할슈타트로 향하였다. 가는 길 내내 아름다운 호수에 취해 넋을 잃고 있으니 어느덧 할슈타트에 도착하였다. 해질녘 호수는 장엄한 모습으로 서있다. 호수가 언덕의 예쁜 집들은 소품들을 팔고 있어 여행객들을 끌어들인다. 단 한가지 불편한 것은 동유럽 여행 내내 화장실 사용 문제였다. 50센트 사용료를 내는 것도 번거롭지만 공간이 한없이 좁아서 늘 줄을 서야 하는 괴로움이 있었다^^

 

        

세계자연문화유산 할슈타트

 

 

 

 위도가 높은 11월 동유럽은 오후 4시만 되면 어둑어둑해져 여행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원래 11월 날씨는 추워야 하지만 이상기후로 이번 여행기간내내 화창한 날씨여서 최상이었다. 모짜르트를 배출한 도시답게 짤츠부르크 음악대학에는 전 세계 음악학도들이 유학하고 있는데 현지가이드말에 의하면 우리나라 학생들도 200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저 유명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도레미송 배경지인 미라벨 정원에 도착하니 벌써 어두워져 경관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시내로 이동하여 모짜르트 생가 앞에 도착하니 여행객들이 북쩍인다.  모짜르트 생가 인근 아기자기한 구시가지를 걸으며 셔터만 누른것 같다.

  

 

 모짜르트생가 앞에서

세쨋날, 짤츠부르크 호텔에서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아침 호텔밖을 보니 웅장한 알프스 산자락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하룻밤을 묶다니 꿈만 같다. 멀리 짤츠부르크강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는 아침 도시를 더없이 몽환적으로 만들어준다.

 

오늘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로 가는 날이다. 가는 도중 바로크건축물로 유명한 멜크수도원을 경유하게 되었다. 작고 아담한 도시, 멜크 부근에 이르자 언덕위에 웅장하게 서있는 멜크수도원이 보인다. 신성로마제국시대 수도원답게 'ㅁ' 구조로 건축되었고, 아름다운 바로크,로코코 양식과 유물 등이 장식되어 있었는데 특히 650 여년(1365년 건립된 비엔나대학의 모체) 되었다는 수도원내 도서관은 압권이었다. 도서관 사진을 찍을 수 없는게 아쉬웠다. 수도원에서 바라보는 멜크시와 도시를 가르며 흐르는 도나우강은 한 폭의 수채화여서,이 곳에 한없이 머무르고 싶은 감동을 일으킨다. 도나우강(다뉴브강, 약 2850킬로미터)은 독일 남부에서 발원하여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불가리아, 루마니아를 거쳐 흑해로 흐르는 국제하천으로, 동유럽 대부분의 도시와 마을들은 도나우강변에 자리잡고 있어 도시와 마을 풍광이 한없이 아름답다. 

 

멜크수도원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기억해야 할 매력적인 역사적 인물은 바로 마리아 테레지아(1717-1780)이다. 오스트리아제국의 영원한 국모로 등장하는 마리아테레지아는 어딜가나 그녀와 관계된 역사와 스토리, 유물 등이 즐비하였다. 그녀는 아버지 카를 6세의 상속녀로 합스부르크 왕가의 수장이 되지만 이에 반발한 프로이센 전쟁 후 뛰어난 정치적 감각으로 헝가리, 보헤미아 등 세계 각국으로부터 왕위 계승을 인정받으며 풍전등화의 합스부르크 제국을 위기에서 구한다. 프로이센 전쟁을 일으켰던 프리트리히 2세는 마리아 테레지아를 가리켜 '나의 적들 중에서 가장 현명한 자'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하에서도 행정, 군대를 개혁하고 상공업 육성에 주력하여 오늘날 체코 공업의 기반을 만들기도 하였다. 로트링겐의 프란츠 슈테판과 결혼하여 16명의 자녀를 두었으며 프랑스 시민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사라진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천년 가까이 지속된 신성로마제국(962년-1806년 나폴레옹 폐지, 이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세계1차대전말까지 통치)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는 1차세계대전이 끝나는 1918년에야 막을 내린다.

 비엔나로 들어와 클림트의 '키스' 소장으로 유명한 벨베데레 궁전으로 향한다. 벨베데레 궁전은 오스만 투르크 군대를 물리쳐 오스트리아의 영

웅이 된 오이겐 공이 궁을 세우고, 그가 죽은 후 합스부르크가에서 미술품을 보관하여, 현재 미술관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한다. 저 유명한 클림트 작품앞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내가 더욱 인상적인 것은  그의 제자인 에곤 실레와의 살아있는 작품이야기였다. 다음으로 비엔나의 명물인 14세기에 고딕 양식으로 건축된 슈테판성당 앞에 서서 잠시 숙연해지다. 이 성당은 모짜르트의 결혼식과 장례식이 치뤄진 것으로도 유명하며 성당 내부도 매우 아름다웠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늦게 도착하여 합스부르크가의 여름 별궁이라는 쇤부른 궁전 내부를 둘러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벨베데레 궁전 정원

슈테판 성당

 

오스트리아 게른트너 거리에서

 

저녁식사는 비엔나 외곽에 자리한 그린징마을 바흐헹겔 레스토랑에서 오스트리아 전통음식 '호이리게'(햇포도주, 소세지, 고기, 감자)를 먹게 되었다. 고풍스런 식당 건물에서 들어서자 오바마, 푸틴, 요한 바오르 교황 등 세계적인 인물들이 이 곳을 다녀갔다는 사진이 즐비하다. 식사를 하는 도중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아리랑 등 음악 연주를 해주니 기분이 최고조로 달한다. 오늘은 이제 비엔나에 왔으니 음악회에 가는 일 남았다. 100유로를 주고 음악회에 들어가 실내악을 들으니 연신 고개가 흔들리는 것은 무엇인지(?). 

 

그린징마을 레스토랑

   

 

 

비엔나 실내악 음악회장

세계인들이 가장 살기좋은 나라 중의 하나로 꼽는 오스트리아! 1인당 GNP가 10만불의 부유한 나라, 인구 900만의 작은 나라이지만 한때는 유럽을 거느리는 제국이었고, 천만여명의 사상자를 낸 1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나라이기도 하며 세계 2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히틀러는 비엔나 출신으로 오스트리아와도 관계가 깊다. 그러나 이번 여행길의 오스트리아는 한없이 아름답고 다시 오고 싶은 나라이다. 이틀간의 짧은 오스트리아 여행을 마치고 내일은 헝가리로 간다! 

 

[과학과 의학의 나라, 헝가리]

헝가리 날씨는 11월 날씨 답지 않게 봄날처럼 화창하고 따뜻했다.

헝가리 국토는 한반도의 0.4배 정도이며 인구는 약 천만명이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헝가리 민족은 아시아 인종인 마쟈르족이며, 김춘수 시, '부타페스트에서 어느 소녀의 죽음'으로 1956년 혁명으로 소련 공산화에 저항한 나라로 기억되는 나라였다. 차창으로 바라보는 헝가리 산하와 마을 경관은 오스트리아와 거의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웬지 모르게 소박하고 정감이 느껴지는 나라였다. 마늘, 파프리카가 주요 작물로, 점심 식사후 야채 과일가게를 들르니 없는 것 빼고 다 있었다. 1유로에 큰 사과 2개를 사서 먹어보니 꿀맛이다. 헝가리는 의학, 화학이 발달한 나라로 노벨상 수상자가 무려 15여명이 나온 과학 강국으로 저력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 헝가리 의대로 유학오는 유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헝가리 수도 부타페스트는 헝가리 건국(896년) 1000년을 기념하는 1896년부터 도시 설계 및 역사적인 조형물, 건축물을 통해 도시 전체를 헝가리인의 자존심과 역사성을 되찾아 놓은 것으로 느껴졌다. 과거 오랫동안 로마, 오스만제국, 오스트리아 지배를 받았지만 헝가리 민족의 자존심인 도나우 강변의 국회의사당은 웅장하고 아름답다. 세계문화유산인 [어부의 요새]는 마치 동화속 나라처럼 건축되어 동심을 느끼게 하는데, 성채에서 바라보는 도나우강변 페스트 경관은 너무나 아름다워 황홀하였다. 어부의 요새와 연결된 마타슈성당은 역대 왕들의 대관식에 행해졌다고 하며, 특히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제국의 합스부르크 왕 프란츠 요세프1세와 황후 엘리자베트 왕 대관식이 치뤄진 곳으로도 유명하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마타슈성당은 11세기 초에 건축되었지만 19세기 말에 대부분 복원되선지 현대적인 건축미도 느껴진다. 성당 앞 광장엔 헝가리 초대국왕이자 로마 카톨릭 교회의 성인인 성 이슈트반 1세 동상이 서있다. 어부의 요새에서 주금 내려가니 부다 왕궁이 보인다. 왕궁 입구에는 독수리 형상의 큰 동상이 서 있는데, 헝가리 전설에 등장하는 새 투룰의 형상이라고 한다.  

 헝가리인들의 정신적 구심점은 초대 국왕인 성 이슈반 1세인 듯 하다. 성 이슈트반 1세를 기리기 위해 지었다는 이슈트반 성당에 들어가니 엄숙한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경건해진다. 이 곳 성당 전망대에 올라가면 360도로 펼쳐진 부타페스트 파노라마 전경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올라가지 못했다.

 

어부의 요새에서 바라본 다뉴브강과 부다페스트

네오로마네크 양식의 어부의 요새

  

마타슈성당

성 이슈트 반 동상

부다 왕궁, 전설의 새, 투룰의 형상이 보인다.

 

성 이슈트반 성당

 

-부다페스트의 야경-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소박하면서도 기품이 있었다.헝가리 1000년을 기념해 조성한 영웅광장에 서니 가슴이 시원하다. 헝가리의 기원인 마쟈르족 7부족장과 헝가리의 초대 국왕 성 이슈트반 국왕과 헝가리를 이끌었던 영웅들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광장 중앙에는 가브리엘 천사가 황금빛 왕관과 교황이 보냈다는 팔이 두개짜리인 십자가를 들고 있다. 유유히 흐르는 다뉴브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바라보는 부다페스트 야경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 중에서도 단연 수수하면서도 고혹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국회의사당 야경은 압권이었다.

 

   영웅광장에서 언니와 함께

 

  

 

헝가리 국회의사당 야경

 

 이스탄불 야경과 더불어 아마 부다페스트 야경도 오래 잊지 못할 것 같다. 헝가리는 1989년 자유화 물결 이후 다당제 공화국으로 탄생하여 새롭게 발전하고 있으며, 2004년 EU에 가입하여 매우 빠르고 안정된 성장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내겐 동유럽 여행 중 만난 헝가리가 웬지 가깝고 사랑스럽게 다가오는 것이 먼 옛날 동쪽에서 온 그들의 조상때문일까! 내일은 슬로바키아 타트라 산맥을 넘어 폴란드로 가는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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