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활동 후기

<태양의 그늘>을 읽고

이미영전북 2025. 3. 5. 17:36

태양의 그늘 1, 2, 3. 박종휘 장편소설, 출판사: 아르테

 

'태양의 그늘'은 일제 강점기부터 현대까지 김제, 진안, 전주를 주무대로 펼쳐치는 대하소설로 낯익은 말투와 지명, 생활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전북인이라면 누구나 물 흐르듯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소설은 주인공인 김제 부농 윤태섭의 막내딸인 윤채봉이 진안 마령에서 정미소와 주장을 운영하는 남상백의 막내 아들 남평우와 결혼하면서 겪는 처절한 삶의 역사를 그려내고 있다.

 

소설의 배경인 일제 강점기, 해방 전후사와 이승만 정권, 비극적인 6.25 전쟁과 좌우익 갈등, 4.19혁명, 5.16쿠테타와 60년대 산업화 등 시대상 속에서 일어나는 생채기는 윤채봉과 가족, 100여 명의 등장 인물에게 휘몰아친다. 책을 읽는 내내 나라의 아픈 역사를 온 몸으로 겪어내는 윤채봉의 삶에 가슴 아프기도 하지만 시대와 가족을 이끌어가는그녀의 의연함과 진취적 태도에 힘이 솟기도 한다. 마지막 3권에서 윤채봉과 남평우의 만남, 장성한 자녀들의 가족애와 주변 인물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마침내 남의 이름로 살던 남평우가 재심에서 승리해 본인의 삶으로 되돌아오기까지 숨막히는 전개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소설에서는 특히 주인공의 주변 인물인 지인, 친척, 경찰서장, 직장 동료, 야학 제자, 판사, 검사 등 그들이 평범한 시민으로서, 관료로서 어떻게 고뇌하며 자신을 지켜내는지 잘 묘사하고 있다. 또한 격동의 시대에서 양심에 따른 갈등과 참회, 결단하는 관료들의 모습들은 현재를 살아가는 2025년 지금, 더욱 의미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소설속에서 수많은 억울한 죽음과 학살을 만나게 되면서 국가의 의미를, 그리고 한 인간이 격동의 역사와 권력앞에서 양심을 지키며 주체적인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이 책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끝으로 우리 지역을 배경으로 대작을 쓰신 박종휘 작가에게 전북인으로서 큰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