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제국과 유목문화 탐방기 (2008.8.14-18)
언젠가는 광활한 초원과 생생한 유목문화 현장을 보리라 다짐했었다. 이런 내게 전주역사박물관이 주최한 ‘몽골제국과 유목문화 탐방’의 기회는 내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주었다.
몽골은 한반도 면적의 약 8배이면서 인구는 약 300만명(2008 주한 몽골대사관 자료)이라는 통계만 보더라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남아있음을 실감할 수 있으리라.
광활한 초원과 게르, 그리고 유목
우리 일행은 인구 100만명이 사는 수도 울란바타르에서 약 280키로미터 떨어진 바양고비 캠프를 향하였다. 바양고비는 달랑자드가드에서 북서쪽으로 약 70키로미터 지점에 있는 황무지와 잡목, 붉은 모래산으로 어우러진 고비의 대표적인 풍경이다. 울란바타르를 벗어나자 곧바로 광활한 초원이 나타나더니 목적지까지 끝없이 이어진다. 초원을 달리는 길 양옆에 펼쳐진 평원은 끝이 안보이니 도대체 시야에 들어오는 이 면적은 어느 정도일까? 내가 영상물을 보거나 자료를 통해 가늠해보았던 것들과는 전혀 다른. 상상을 초월한 크기였다. 앞으로 광활함에 대한 나의 기준은 몽골의 초원을 본 이후 새롭게 규정될 것 같다.
도로는 일부 포장도로를 제외하고 대부분 비포장도로로 초원길을 자동차들이 그냥 달리면 길이 된 것이어서 여러 갈래로 나있다. 한국산 중고버스로 약 6시간 걸려 가는길은 내내 그 초원으로 저 멀리 게르(전통가옥)가 보이고 말, 소, 양, 염소등이 무리지어 풀을 뜯는다. 수천년 이어온 유목문화가 그대로 살아있다니 그저 신기하고 한편 고마울 따름이다. 최근 몇 개월간 미국산 쇠고기 문제로 가슴이 답답한 우리에게 몽골의 목축업은 아직은 신이 내려준 선물같이 보이기도 한다.
오는 도중 잠깐 멈추는 곳, 초원은 온천지가 허브향기로 우리를 취하게 하고, 때로는 들꽃천지, 가시많은 풀이 가득차기도 하는 등 변화무쌍하다.
게르는 몽골민족의 이동식 전통가옥인데 현재도 몽골국민의 70%가 게르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6시간을 달려 도착한 바양고비캠프는 우리가 상상한 관광객을 위한 그런 시설을 갖춘 곳이 아니었다. 초원 한가운데 여러개의 게르와 공동식당, 화장실이 있을 뿐이었다. 우리가 묶게 된 게르는 일반 주민용 게르 와 같은 크기였는데 내부 중앙엔 난로와 탁자, 양옆에 작은 침대 4개가 놓여 있었으며 천정은 연통이 나가도록 뚫려 있었다. 참으로 간결하고 아담한 구조였다. 유목민들이 이동할 때 게르를 짓거나 해체하는데 불과 30여분이 걸린다 한다. 유목민의 무소유의 간결한 삶을 생각해본다.
몽골의 기후는 건성 냉대기후로 8월은 여름이지만 일교차가 매우 심해 해가 지면 우리나라의 가을바람이 불어 상쾌하기 그지없었고 밤에는 난로를 피워야 할 정도로 추웠다.
그러나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이어진다는 몽골의 겨울은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혹독한 추위가 계속된다 하니 이들의 여름은 축복의 계절인 것이다.
몽골의 상징 말
몽골의 상징은 말이다. 몽골인들은 일상생활에서 말과 하나인 것처럼 보였다. 남녀노소 누구나 말을 능숙하게 잘 탔다. 특히 예닐곱살의 남자아이들이 말을 타는 솜씨는 놀라웠다. 초원을 달리다 보면 말을 타고 양떼를 몰기도 하고, 몇 마리의 말들이 게르 주변에 있기도 한다. 우리가 묶게된 바양고비에서 미니 나담축제가 있었는데 5-7세의 소년들이 말을 타고 달리는 경기는 장관이었다. 이러하니 몽골 여행에서 말타기체험은 당연히 최고이다.
대초원에서 말타기라, 얼마나 멋진 일인가마는 내 처음 타는 말은 무서울 뿐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 타는 말체험은 조금씩 여유가 생기고 주변 경관도 바라보는 여유가 생겼다.(몽고말은 서양말과 달라서 제주도 조랑말 크기이다.)
몽골인들의 식생활 역시 말과 뗄레야 뗄 수 없다. 유목민의 가정을 방문하여 막 젓을 짠 마유는 수박향을 내는 고소한 맛이었다. 그리고 마유주(아이락)는 말 젖을 발효시켜 만 든 것인데 맛이 시큼하고 고소하였다. 다른 일행들은 맛이 없다고 안먹어 나는 그런대로 맛이 있어 내가 다 먹었는데 조금은 취기가 올랐다. 마유주는 몽골에서는 아이까지 마시는 음료로 여름의 무더운 날씨에 갈증과 허기를 해소시켜주기도 하는 중요한 먹거리이다.
몽골인의 의복 역시 말타기에 편리한 형태로 되어있는 듯 하였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전통의복을 즐겨 입고 있었는데 두루마기인 ‘델’ 말타기에 편리한 앞이 뽀쪽한 부츠형태의 ‘곳탈’ 모자 ‘말까이’등을 갖추고 있다.
또한 말머리 모양의 몽골 전통현악기 ‘마두금’으로 듣는 몽골음악은 참으로 우아하면서도 구슬픈 황홀한 음악이었다. 이렇게 몽골음악이 감동적인 것은 내게 시원의 몽골피가 흐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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