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여행

운남성 차마고도 트레킹(1)

이미영전북 2018. 9. 21. 19:23

 2018.9.14-9.18(4박5일) 차마고도 호도협 트레킹

[차마고도-28밴드 정상, 뒤에 보이는 산이 옥룡설산 능선이다]

 

차마고도를 걷는 것은 내인생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였다.

몇 해 전이던가 kbs에서 방영했던 차마고도 다큐를 아마 10번도 더 보면서 꿈꾸던 곳이다.

영상에서 본 차마고도는 인간의 길이라기보다 신의 길로 느껴졌었다. 

험준한 차마고도 트레킹은 단단한 체력도 준비되어 있어야 하기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지금 내게는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했다.   

차와, 소금 등을 말에 싣고 평균 고도 4,000 미터, 전체 5,000킬로미터 거리인 험준한 교역로를 몇 달씩 오갔던 마방들의 강인함을 느끼고 싶었다. 마침내 나의 오랜꿈이었던 차마고도를 언니와 함께 가게 되었다.

차마고도는 말 그대로 윈난성과 쓰촨성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교역하던 상업로로 세상에서 가장 험준한 길이자 오래된 길로 알려져 있다.  

 

2018.9.14(금)

인천에서 중경까지 비행기로 3시간30분, 중경에서 다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1시간45분만에 운남성 리장(여강)에 도착했다.

중국의 서남부에 위치한 윈난성은 북회귀선이 지나가는 저위도 지방으로 남부엔 아열대기후와 북부는 고산지대로 고산기후가 나타나서 겨울에도 춥지않아 트레킹을 할 수 있다.

또한 윈난성은 중국의 56개 민족중 25개 소수민족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으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어 문화인류의 보고이기도 하다. 

리장은 윈난성 북부에 위치, 차마고도의 주요도시이면서 소수민족인 나시족이 주로 거주하는 도시이다.

도시 중심에 800년전 나시족의 거주지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여강고성은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아름다운 곳이다.  

 

  [여강고성-흑룡담에서 언니와 함께]

 

2018. 9.15

[호도협트레킹]

상호도협-(빵차)-나시객잔(점심)-28밴드-(말)-차마객잔(휴식)-중도객잔(1박)-장선생객잔

오늘부터 1박2일간 차마고도중 가장 아름다운 구간인 호도협 트레킹(약16킬로미터)을 하기로 했다.

먼저 여강에서 약 2시간 버스를 타고 상호도협에 도착하였다.

호도협에 도착하니 협곡에서는 어마어마한 강물이 굉음을 내며 굽이치고 있다.

아~ 세상에는 이런 소리도 있구나! 

협곡 아래까지 계단으로 내려가면서 점점 위대한 대자연의 풍광에 압도당한다. 

아직 우기가 끝나지 않은 시기여서 그런지 협곡에서는 거대한 황토빛 강물로 마치 수많은 용들이 꿈틀거리며 울부짓는 것 같다. (석회암지대라 건기엔 강물이 비취색 빛깔이다.)

호랑이가 뛰어넘었다는 전설이 있는 호도협은 원래 하나의 산이 신생대 4기 히말라야 조산운동으로 옥룡설산(5596미터)과 하바설산(5396미터)으로 나뉘면서 형성되었다.

이 두개의 거대한 산을 나눈 협곡에 흐르는 물길이 진사강(금사강)으로 장강(양쯔강)의 상류이다.

 

 

호도협에 흐르는 금사강

 

[나시객잔-28밴드]

호도협트레킹은 합바설산에 있는 차마고도(해발 2000미터~2700미터)를 걸으며 진사강이 흐르는 협곡과 웅장한 옥룡설산을 바라보는 코스이다. 호도협에서 빵차를 타고 본격적인 차마고도 트레킹 출발지인 나시객잔으로 향했다.  

차마고도에서 객잔은 마방들이 쉬어가던 곳으로 우리의 주막에 해당하며, 식사와 숙박이 가능하다. 

부켄베리아 꽃이 아름다운 나시객잔에서 먹는 점심은 꿀맛이었다.

하기야  이 곳 트레킹을 오는 사람들 80%는 한국인이라고 하니 우리 입맛에 맞게 음식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시객잔(2250미터)에서 28밴드(2670미터)까지는 약 1시간30분동안 급경사 산길을 올라가야 한다.

일행중 몇 명은 말을 빌려 타고 출발했으나 난 등산을 하기로 했다.

 좁고 험한 길을 30여분쯤 오르자 숨은 턱까지 차고 힘들어서 난 어쩔 수 없이 수수하고 아름다운 여자 마방이 모는 말을 탔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좁고 험한 급경사길을 말을 타고 오르는 일은 더 무섭고 아찔해서 숨이 멎을 것만 같다.

나를 태우고 험준한 길을 오르는 말도 숨이 차서 연신 멈추니 미안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말이 힘든다며 내 배낭까지 맨 여자 마방은 말의 고삐를 쥐며 자꾸만 나에게 허리를 숙이라고 한다.

오르는 도중 잠깐씩 말도 쉬고 사람도 쉬어간다.

다시 말에 오르니 이젠 어느정도 적응이 되었는지 스릴을 느끼며 주변 경관도 감상할 수 있었다.

말을 타며 바라보는 천길 낭떠러지 협곡과 옥룡설산, 마방의 모습을 보면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일었다.

마치 내가 마방들의 삶 깊숙이 들어와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든 것은 왜였을까!    

말을 타고 약 한시간 오르니 드디어 28밴드 정상이다.

말을 타고 오르는 것은 조금은 위험하지만 꼭 한번은 체험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방들이 운남성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교역할 때 무거운 짐은 주로 말(노새)이 담당하였다고 한다.

작지만 힘이 센 노새(암말과 숫당나귀 교배종)는 마방들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한가족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름다운 나시객잔

 

내가 탄 말과 마방과 함께

 

 

[28밴드 정상-중도객잔]

28밴드 정상에 올라가서 드디어 대자연과 마주했다.

내 생애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장쾌한 풍광이 눈 앞에 다가선다. 

천길 낭떠러지 아래 흐르는 금사강과 협곡 건너 웅장한 옥룡설산을 바라보았다.

마치 용의 모습을 닮은 날카로운 봉우리는 석회암으로 검은회색을 띄고 있어 신비감을 더해준다. 

이제는 하바설산 산허리에 수평으로 난 차마고도를 걸으면 된다.   

구름을 걸친 옥룡설산과 푸른하늘, 협곡을 흐르는 금사강 물줄기를 바라보며, 난 이 길을 걷고 있다.

해발고도 2,500미터 산허리에 난 차마고도에서 옛 마방들을 만날 것만 같다.

옥룡설산은 거대한 품으로 말없이 나를 바라본다.

좁은 길가에 핀 이름모를 들꽃들도 자꾸만 쉬어가라고 손짓한다 ...  

시시각각 옥룡설산 봉우리에 걸쳐서 흘러가는 구름은 운남성이란 이름을 실감케 한다. 

이 곳 차마고도가 아름다운 이유중의 하나는 북위 24도를 지나는 아열대 지역이지만 고산지대이다 보니 생태계가 다양했다.

선인장, 활엽수림, 대나무숲, 호두나무숲, 침엽엽수림 등 다양한 식생 생태계가 혼합되어 숲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리라.    

몇시간을 걸었을까 다리가 뻐근해질때 차마객잔이 나타났다.

객잔에 들러 마신 맥주맛은 얼마나 시원했던지 가끔씩 생각 날 것 같다.

 

옥룡설산과 마주하다.

 

비교적 덜 단단한 석회암층이라 길을 내기가 그나마 용이했을 것이다.

협곡을 흐르는 금사강(강물소리가 웅장하다)

날씨가 좋아서 옥룡설산을 맘껏 누리는 행운이 있었다. 

 

변화무쌍한 구름은 운남성이라는 이름이 실감난다.

들꽃세상 차마고도

 

차마객잔에서 언니와 함께

 

[중도객잔]

마침내 저 멀리 산아래 아름다운 마을이 앉아있다. 

오늘 묵게 될 중도객잔(2500미터)에 다다를 즈음 해가 지기 시작하며 옥룡설산 봉우리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마을 입구에서 집으로 향하는 말떼을 만나니 정겹다.

나시객잔에서 1시에 출발, 7시에 도착했으니 무려 6시간을 걸었다.

중도객잔의 규모는 제법 커서 우리 일행 30명이 숙박하기에도 충분했다.

운남성 나시족의 집은 대부분 2층 이상으로 나무와, 돌, 기와지붕으로 매우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난 여강고성, 나시족의 마을, 차마고도 어느 곳을 가도 주택은 물론, 돌담, 정원, 거리 등 그들의 건축기술에 감탄하곤 했다. 

중도객잔의 최고 백미는 테라스에 앉아 옥룡설산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테라스에 앉아 붉게 물들어가는 옥룡설산을 바라보며 숨을 가다듬었다.

객실에 들어가니 시설이 제법 훌륭해 피로를 풀기에는 충분했다. 

이 곳 토종 오골계로 푸짐한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는 이내 곯아 떨어졌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봐야 하는데... 

 

중도객잔이 보이는 마을입구에서 만난 말이 정겹다.

푸른 하늘이 아름다운 차마고도 (마을입구에는 시멘트포장이 되어있다.)

중도객잔 테라스에서! 해지는 옥룡설산

중도객잔 테라스에서

내가 묵은 중도객잔 객실 베란다에서~

 

2018.9.16

[중도객잔-장선생객잔 하산]

새벽에 엄청난 비가 쏟아지더니 점차 잦아지기 시작한다.

담백하고 구수한 보리빵으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7시에 트레킹을 출발하였다.

오늘 코스는 2시간동안 장선생객잔(2080미터)까지 산을 내려가야 한다.

밤새 내린 비로 강물의 소리는 더 우렁차고 길은 약간 미끄러워서 두개의 스틱으로 천천히 길을 잡는다.

비가 다시 오기 시작하여 비옷을 입고 걷기 시작하였지만 눈은 자꾸만 구름에 걸친 옥룡설산에 가 있다.

마침내 저 멀리 그림같은 폭포가 쏟아지고 있으니 바로 차마고도의 관음폭포이다.

관음폭포는 하바설산 꼭대기부터 내려오는 길이와 새벽에 내린 비로 더 불어난 수량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장쾌하다.

관음폭포의 위용을 맘껏 감상하고 다시 끝없이 산을 내려오는 길, 대나무숲, 호두나무숲이 반겨준다.

우리 일행은 무사히 장선생객잔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던 빵차에 올랐다.

저 유명한 장예모감독의 '인상여강가무쇼'공연을 보러가기 위해서다.

1박2일간의 호도협트레킹 코스를 마무리하니 문득 돌아가신 부모님도 그립고, 세상 모두에게 고맙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수고했노라고 말해주었다. 

자매를 건강하게 길러주신, 돌아가신 부모님이 그립고 고마웠다.

장쾌한 관음폭포

 

다음 계속(운남성 차마고도트레킹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