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 마음의 고향! 백두산에 다녀오다
2015.7.9-12. 3박4일간 백두산을 다녀왔다.
이번 답사에서 백두산 천지를 이틀간 마주하는 큰 광영을 누리고 돌아왔다.
첫날 7.10(금) 오후, 백두산 북파 산문으로 올라간 천문봉에서 장엄한 천지와 마주하였고, 이튿날 7.11(토)엔 서파 산문을 통해 천지 주차장에서 1442개 계단을 올라 5호경계비에서 천지를 만났다.
17년전 고구려유적지 답사와 함께 백두산을 찾은 적이 있었다. 짙은 안개로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천문봉에서 잠시 서 있자 갑자기 안개가 걷히면서 천지가 나타났다가 10여분 후에 다시 안개가 덮였다. 너무도 순간이어서 천지는 꿈속에서 본 듯한 신비한 모습으로 마음 속에 남아있었다.
그러나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을 맞이하여 통일을 기원하러 달려온 내 마음이 통했는지 이번 백두산은 모든 품을 다 내주셨다.
고마운 일이다.
중국에서 천지로 오르는 일반적인 코스는 북파 산문에서 오르는 길과 서파산문에서 오르는 길이 있다.
이번 백두산행에서는 이틀간에 걸쳐 이 두코스를 답사하는 일정이어서 비교적 자세히 백두의 품을 살펴볼 수 있었다.
북파산문으로 올라 천문봉( 2670미터)에서 바라보는 천지는 웅장한 화산의 모습을 갖춘 비경이었다면 서파산문에서 오르는 5호경계비(37호경계비,2373미터)에서 보는 천지는 비교적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어 넉넉하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천문봉에서 바라본 웅장한 천지
<천문봉에서>
첫날 이도백하에서 백두산으로 가는 길목 백두산 전망대에서 저 멀리 백두산 봉우리가 선명하게 보였기에 천지를 볼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한없이 푸른 하늘엔 뭉게구름이 온 산을 장식한 듯 하다. 승합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능선을 올라 10여분 계단을 오르니 그 곳에 천지가 있다! 천지를 보며 맨 먼저 통일을 간절히 기원했다. 천지는 16개의 외륜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최고봉은 장군봉으로 2750미터, 평균수심 213미터, 둘레는 14.4킬로미터인 칼데라호이다. 천지의 70%는 눈, 비, 얼음 등으로, 30%는 용천수로 공급되니 물이 마르지 않는다. 한반도는 신생대 제3기 말에서 제4기 초에 대대적인 화산활동이 일어나 백두산을 비롯한 제주도, 울릉도, 독도, 철원-평강, 신계-곡산 등의 용담대지가 생겨났다. 백두산 하부는 해발 1000미터 용담대지 위에 방패를 엎어놓은 것과 같은 순상화산이고 상부는 종모양의 종상화산이다. 천문봉 주변의 가파른 산등성이의 미황색, 회색, 백색의 부석 등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대략 1400년전, 약1000년전, 약300년전에 걸친 백두산의 마지막 화산 분출기에 쌓인 것이며 이 시기 화산재는 편서풍을 타고 일본 홋카이도까지 날아가 쌓일 정도로 화산 폭발이 강렬했다. 최근 한국과 일본의 학계 연구에 의하면 백두산의 대규모 화산폭발은 929년-945년에 일어났다고 한다. 이로써 926년 멸망한 발해와 백두산 폭발을 연관지은 주장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백두산은 조선왕조실록에도 세차례 화산폭발 기록이 나와 있는데, 1차기록은 1597.8.26(선조), 2차는 1668.4.23(현종), 3차는 1702.4.14(숙종)때이다. 최근 다시 백두산 화산 폭발 징후가 나타나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린성 지진관측소와 북한 화산연구소에 의하면 최근 천지를 중심으로 화산성 지진이 5배 정도 증가했다고 하니 백두산의 지각이 요동치고 있음은 분명하다. 백두산 화산 폭발은 남북한 전역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남북한 공동 연구가 시급해보인다.
그러나 이날 보여준 천지의 모습은 민족의 영광과 분단의 아픔을 다 녹여낸 깊은 숨을 담고 고요한 모습이었다.
중국에서는 백두산을 장백산으로, 비룡폭포는 장백폭포로 부른다. 가는 곳마다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중국명칭과 중국 소개글만 보인다. 이날은 중국관광객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현지 가이드의 말을 빌리자면 중국 정부에서 부패척결 정책을 펴며 소비를 막고 있어서라는데, 아뭏든 백두산에서 줄을 서지 않고 오르는 것은 행운이라고 했다. 1시간에 걸친 신비로운 천지와 함께 하고 하산길에 비룡폭포(장백폭포)로 향하였다. 비룡폭포는 달문을 통하여 천지의 물이 68미터 높이에서 떨어지는 송화강의 시원지로 저 멀리에서도 웅장한 폭포 모습이 보인다. 폭포로 가는 길 양 옆엔 주상절리로 이루어진 거대한 화산 경관과 장쾌한 폭포소리는 백두산의 위용을 보여준다. 달문에서 구룡폭포를 거쳐 흐르는 계곡은 과거 빙하가 흐르면서 U자 형태로 침식시킨 빙식곡이다. 백두산 계곡의 폭포에서 내려오는 물이 천지라 생각하며 조용히 손을 담궈본다. 아쉬움을 뒤로 하며 폭포수가 흐르는 옆, 자작나무숲길을 걸어나오니 최고온도 83도까지 나온다는 노천온천수로 달걀을 담궈서 삶는 모습이 보인다. 너도나도 삶은 달걀을 사 먹는다.
폭포 아래 얼음이 보인다.
언니와 함께
비룡폭포에서 내려오는 길목, 노천온천수로 달걀을 삶고 있다.
아름다운 '녹연담'
비룡폭포에서 하산하는 길, 녹연담을 들러서 27미터 높이 폭포를 감상하며 하루를 마감하는 이도백하로 향한다.
이도백하는 백두산에서 내려오는 2개의 물줄기가 모인 곳으로 백두산의 베이스캠프라고 보면 된다. 이름처럼 물이 풍부하고 맛도 좋아 우리나라의 모회사 생수공장이 있기도 한단다. 도시에 들어서니 관광지 개발이 한창인데 길 옆 미인송 숲이 아름답다.
이도백하는 예전에는 연변조선족자치주에 속했으나 지금은 지린성관리구로 지정되어 아쉬웠다. 그러나 아직도 거리엔 한글 간판이 제법 보여 조선족자치주의 흔적을 느끼게 해준다. 이미 중국은 지난 2005년부터 조선족자치구 관할이었던 백두산 인접 지역들을 지린성관리권역으로 행정 개편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역 이름도 변경하고 있다. 이는 지명을 중국식으로 바꾸며 백두산을 터전으로 살아온 한민족의 역사와 생활 문화 흔적들을 지우려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인가!
7.11(토) 오늘은 백두산 서파 산문으로 가는 천지행이다. 아침 일찍 눈을 떠 호텔 주변을 둘러보았다. 벌써 곡식과 버섯, 장뇌삼 등을 팔러 온 노점상들이 호텔 앞에서 장을 벌이고 있었다. 백두산 새벽 공기를 마시며 이도백하 거리를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하니 몸이 가볍다.
이도백하 거리의 소박한 꽃집이 예쁘다
이도백하 거리, 간판이 정겹다.
이도백하에서 서파산문으로 가는 1시간 30여분동안 바라보는 백두산 능선이 어제보다 더 선명하고 아름답다. 마치 쾌청한 가을 하늘을 연상케하는 날씨속에 오늘도 천지를 볼 수 있겠다는 느낌이 전해온다. 서파산문에서 천지주차장까지 버스를 타고 오르는 능선에 핀 피나물, 미나리아재비, 하늘나리, 가지돌꽃 등 수많은 이름모를 야생화로 산 전체가 천상의 화원이다. 푸른 하늘과 어우러진 백두 화원에 연신 탄성을 지르며 대자연의 향연에 초대되어 가는 행복을 누린다. 이윽고 도착한 서파주차장에서 천지까지 올라가는 1442개 계단 등정은 아름다운 백두 산세에 힘든 줄도 모르겠다. 30여분 계단을 올라 이윽고 5호경계비(37호경계비)에 도착하니 천지가 가까이 다가온다. 북파코스인 천문봉에서 바라보는 천지는 웅장한 모습이라면 천문봉보다 약 300여미터 낮은 서파 5호경계비에서 바라보는 천지는 너른 품을 간직한 어머니처럼 따뜻하다. 한번도 보기 어렵다는 천지를 이틀째 뵙게 될 줄은 몰랐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통일을 기원해본다. 사실 백두산은 하루에 일년 날씨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날씨가 하루에도 수십번 변해 이처럼 쾌청한 날씨에 천지를 온전히 감상하기란 손에 꼽을 정도라는데, 이 무슨 복으로 하루도 아니고 이틀간이나 쾌청한 가을 날씨속에서 백두산을 만끽한단 말인가! 신기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서파 능선의 화원
5호경계비
서파산문 5호경계비에서 바라본 천지
서파 천지에서 언니와
7월의 백두산에서 볼수 있는 잔설(얼음)
천지에서 하산하는 길, 장엄한 금강대협곡을 탐방하였다. 금강대협곡은 백두산의 화산 폭발로 용암이 흘러내린 계곡으로 오랜세월 강수와 풍화로 기기묘묘한 형상의 용암바위들이 줄지어 서있는 80킬로미터에 달하는 대협곡이다. 협곡의 평균 깊이가 80여미터, 넓이가 120미터에 달하는 협곡을 개방구간인 1.5킬로미터를 걷는다. 거대한 용암 바위군은 백두산 화산 폭발이 얼마나 거대했는지 짐작케 해주는 그야말로 백두의 속살이다. 협곡 정상부에 탐방로가 놓여있어 위에서만 바라보는 아쉬움이 컷지만 지리학도인 내게는 참으로 유의미한 탐방이었다. 금강대협곡의 울창한 산림을 걸어나오니 소박한 기념품상점이 나온다. 나무로 만든 정교한 모형의 올빼미를 9000원에 구입했다. 금강대협곡을 나와 천상의 화원인 고산화원에 들러 잠깐 숨을 다듬는다. 이번 백두산에서 만난 천상의 화원은 내 글재주로는 풀어낼 수 없다. 아마 천상의 모습이 백두의 화원 모습을 닮았을까!
금강대협곡
금강대협곡
금강대협곡 숲길에서 만난 '홍송왕'
고산화원
천상의 화원
서파 천지 하산길에서
이제 백두산을 떠나야 할 시간이다. 백두산에서 점심을 마치고 심양까지는 무려 7시간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그리고 심양에서 1박을 하고 이튿날 비행기를 타고 1시간20분 가야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나는 1998년 첫번째 백두산에 온 이후 두번째 방문은 기필코 우리나라 땅으로 가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결국 또다시 중국땅으로 오고 말았다. 실제로 남북교류가 활발해지던 노무현정부시절 백두산 관광이 성사되는 듯 하다가 무산되었던 적이 있지 않은가! 올해는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이다. 꽉 막혔던 남북관계가 시원하게 풀려서 평화로운 남북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소망해본다. 그리하여 우리 땅으로 다시 백두산을 오르고 싶다.
*참고문헌 "한국지형산책" 이우형, 푸른숲
아 백두산이여, 천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