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이야기

울릉도,독도답사기

이미영전북 2011. 10. 12. 15:52

우리 역사의 현장을 찾아 떠나는 국토여행

                   -대자연의 축복을 받은 울릉도, 독도 답사-


                                                                   이미영

 지난 10월 초, 전북교육연수원이 주관한 ‘우리 역사의 현장을 찾아 떠나는 국토여행’이라는 멋진 이름의 직무연수를 다녀올 수 있었던 것은 지리교사인 내게는 행운이었다. 또 연수 일정 내내 대자연은 우리를 축복이라도 하듯 맑은 날씨를 보여줘 천혜의 절경인 울릉도의 속살을 볼 수 있었고, 독도 땅을 밟는 영광을 누리기도 하였다. 2박3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해준 답사였다.


첫째 날 - 호남지방의 임진, 정유재란 전적지 답사

 우리 답사 일행이 하태규 교수(전북대)의 안내로 맨 먼저 간곳은 웅치전투와 전주성 방어를 설명하기 위한 소양, 진안지역이었다. 이번 답사에서 배운 소중한 것의 하나는 우리 지역 웅치전투가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끄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웅치전투는 1592년 임란이 발생한지 불과 20일 만에 한양이 함락되는 위급한 상황에서 호남을 공격하려는 왜구와 전주성을 방어하려는 우리 군과의 치열한 전투를 일컫는다. 진안에서 소양으로 넘어오는 통로로 금산에 주둔해있던 왜군이 전주성을 공격하기 위해 진출하였지만 동복현감 황진, 나주판관 이복남, 김제군수 정담 등을 주축으로 한 전라도 지역군이 이를 격퇴함으로서 전주성을 지키고 전라도를 보존할 수 있었던 전투가 바로 웅치전투였다고 한다. 이리하여 호남 곡창이 임진왜란 5년 동안 적의 수중에 들어가지 않음으로써 임란 극복의 결정적 역할을 하였으니 이순신장군의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는 말을 온전히 이해할 것도 같다.

 다음으로 찾은 남원성 전투 현장(구 남원역사 부근)은 1597년 정유 재란시 남원성에서 왜군과 싸우다 우리군 7000여명이 전사한 곳이다. 남원성 전투의 전사자는 전라병사 이복남이 이끄는 관군은 700여명에 불과했고 6000여명은 대부분 의병, 지역주민들로, 이들 전사자들을 한데 모셔 놓은 곳이 지금, 남원고 부근의 만인의총이다. 남원성이 함락되고 이후 전주성도 함락 호남이 왜군의 손에 넘어갔으니 전라도 민중들의 고초는 어떠했으랴!

 다음으로는 고려말 이성계가 왜구를 격퇴한 운봉의 황산대첩비지를 찾았다.

 황산대첩은 1380년(고려 우왕), 진포(군산, 금강하구)에 침입한 왜선 500여척이 최무선의 화약 사용 등으로 진포대첩에서 패배하자 내륙으로 도주하여 내륙으로 침략한 부대와 합류한 왜구들을 이성계가 섬멸시킨 전투이다. 때마침 이곳에는 지리산 둘레길 탐방객들이 들렀다 가는 모습이 보인다.

 다시 남원에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포항, 저녁식사 후 강행(?)된 울릉도, 독도의 역사, 지리, 생태 관련 연수는 강사들이 같은 현직 교사들이어서 그런지 알찬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강의해주었다.

 

둘째 날 - 경이의 섬 울릉도

 역시 울릉도는 쉽게 우리에게 길을 열지 않았다. 포항에서 우리 답사단을 태운 ‘선플라워호’는 무려 4시간여를 항해한 끝에 도동항에 도착하였다. 배가 정박한 도동항에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는데, 도동항이 관광 울릉의 면모를 보여주는 항구라면 저동항은 어업전진기지 항구이다. 울릉도는 약 140만 년 전부터 1만 년 전까지 5단계에 걸쳐서 탄생한 화산섬으로 죽도, 관음도 등의 44개의 부속 섬을 거느리고 있는 섬이다. 종상화산인 울릉도 해안은 급경사를 이루고, 화구인 나리 칼데라에서 다시 화산이 분출한 이중화산의 독특한 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울릉도의 인구는 만여 명이며, 기후는 해양성기후로 연교차가 작고 강수량은 연중 고르게 나타나기에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다양한 생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숲이 울창하여 울릉도라고도 불린다는 이 섬은 이미 1900년부터 일본인들이 불법적으로 나무를 도벌하였다고 한다.

 울릉도의 첫 답사지인 러일 전쟁의 유적지, 석포일출일몰전망대로 가는 일주도로에서 바라보는 삼선암, 관음도, 죽도는 한 폭의 그림이었다. 10월의 울릉도는 왕해국이 지천에 피어있고 나물로 먹는 부지깽이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석포지역 산 정상엔 1905년 러일 전쟁시 일본 해군이 마을 주민들을 동원하여 설치한 망루 흔적이 있는데, 이 망루는 1945년까지 운영하였다고 한다.

 구석기시대 울릉도는 한반도와 연결되어 있었기에 구석기인이 울릉도에 거주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우리가 답사한 현포고분은 돌로 쌓아 만든 적석총 형태로 그 규모가 제법 큰 고분으로 울릉도의 오랜 역사를 대변해 주고 있었다. 다음 답사지역은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하며 도착한 태하 지역 ‘황토구미’였다. 황토구미는 거대한 조면암질 바위 밑에 황토가 석화되어 있는 독특한 지형으로, 조선시대 수토정책(섬에 사람이 거주하지 않게 하면서 관리하는 정책)을 수행하는 관리들이 울릉도에서 임무를 마친 증거로 이곳의 황토와 향나무를 증거물로 제출하였다고 한다.

 울릉도 특산물 하면 오징어와 호박엿이 떠오른다. 호박엿은 원래는 울릉도 자생나무인 후박나무의 껍질을 이용하여 만들었던 후박 엿이었지만, 지금은 호박을 주성분으로 하는 호박엿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다행히 올 가을 울릉도의 오징어잡이는 비교적 풍어라고 한다. 이는 최근 울릉도, 독도 바다 수온이 상승한 탓도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이번 답사의 인상적인 곳은 늦은 밤에 방문한 울릉고등학교였다. 교실에 앉아 역사를 가르치는 장00선생님으로부터 울릉도의 역사와 학생, 주민들의 생활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내일은 독도 가는 날, 그저 저 푸른 동해와 대자연에게 맡길 뿐이다.

 

셋째 날 - 아! 독도다

 오전 7시 ‘독도사랑호’에 몸을 싣고 도동항을 출발한 우리 일행은 10시에 독도에 도착하였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는 87.4㎞ 거리인데, 독도로 가는 2시간동안 동해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였다. 대자연의 축복을 받은 기분이었다.

 동쪽 끝까지 달려가 만난 독도는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웅장하였다. 동해 푸른바다 한가운데 서있는 독도에 발을 딛고 서니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 아! 독도다.

 독도는 신생대 3기, 약 460만 년 전부터 250만 년 전 사이에 생성되어 울릉도보다 약 200만년 앞선 화산섬이다. 그리고 동도(98.6m)와 서도(168.5m)인 2개의 큰 바위섬이 우뚝 서있고, 주위에 약 89개 바위와 암초로 이루어져 경관이 아름답고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세종실록지리지(1454년) ‘울진현’ 편에서도 “우산(독도)과 무릉(울릉도) 두 섬이 현의 정동쪽 가운데에 있다. 두 섬은 서로 거리가 멀지 아니하여, 날씨가 맑으면 가히 바라볼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우리가 독도 땅을 밟은 이날, 울릉도에서도 독도가 보였다고 한다.

 독도가 청정수역으로 풍부한 어자원, 생태계의 보고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독도 강치의 존재이다. 독도강치는 19세기 독도를 비롯한 동해연안에 30,000-50,000 개체가 남아있었으나 일제강점기 가죽을 얻기 위한 일제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멸종되었다고 한다. 독도강치는 동해연안에서 서식하는 유일한 물개 과의 일종인데 사라졌다고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또한 독도는 해저에 미래의 에너지라 불리는 가스 하이드레이트가 대량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해양 주권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꿈결 같은 20여분의 짧은 독도 탐방을 뒤로 하고 우리 일행은 다시 배에 올랐다. 앳된 얼굴의 해양경비대원들은 독도가 작아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준다.

 독도야! 잘 있거라.

이제는 국토여행을 마치고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울릉도에 도착해서 오징어, 호박엿, 명이나물, 부지깽이 나물 등 특산물을 구입하고, 출발 전 1시간, 아쉬움에 도동항에서 등대까지 트레킹코스를 걸어본다. 아! 다시 탄성이 나온다.

 세계 배낭여행객들이 가장 가고 싶은 섬 1위로 뽑았다는 울릉도! 다음에 다시 오면 성인봉을 꼭 올라야겠다. 독도는 너무도 강렬해서 내 가슴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우리고장 임진왜란 전적지는 다시 천천히 되새김질하며 답사해야겠다. 소중했던 이 연수가 앞으로 보다 많은 교사들에게 제공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