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 박노해사진전
2024. 12. 31
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서울 중구)~라 카페 갤러리(종로)
탄핵정국속에서 무안대참사, 마음이 무거웠다.
세밑 언니와 함께 서울 시청역에서 나와 거리와 광장을 느릿느릿 걸었다.
성공회서울주교좌성당이 눈에 띄어서 들어가봤다.
내겐 6월 항쟁의 진원지이자 민주화운동의 주요 장소로만 각인돼 있던 곳이다.
성당은 고풍스런 서구적 건축양식인 로마네스크 기법과 한국 전통 양식을 융합시킨 건축물로 아름다웠다.
영국인 아더 딕슨 설계도를 찾아 1996년 본래 모습으로 완공했다는 성당은 특히 앞 면 한국 기와지붕을 얹은 모습이 독특했다.
고요한 성당 안을 들어가니 아름다운 내부 공간, 창문은 우리 전통 창문살과 스테인드 글라스 문양으로 장식돼 있었다.
뒤 편 위쪽에 자리잡은 파이프오르간의 웅장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뒷뜰에 나오니 한옥양식의 옛 성당 모습과 6월항쟁의 진원지라는 표지석도 보인다.
햇볕이 좋아 벤치에 앉아 있노라니 마음이 평화로웠다.
다음 방문지는 지난해에도 들렀던 박노해 사진전이 열리는 '라 카페 갤러리'이다.
라 카페에 들어가니 <우리가 빛이다> 제목의 시가 적인 엽서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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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이다
박노해
눈을 들어 언 하늘을 본다
세계를 뒤흔든 11일
나라를 구해낸 11일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분노
우리들의 눈물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
민주를 이기는 총칼은 없다
정의를 이기는 반란은 없다
하나는 비록 작아도
스스로 커다란 존재가 되고
스스로 선한 존재가 된 우리
언제나 국민이 이긴다
언제나 젊음이 이긴다
언제나 사랑이 이긴다
눈을 들어 앞을 바라본다
자랑스런 그대와 함께
눈이 부신 그대와 함께
우리가 빛이다
우리가 역사다
우리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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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에서는 '박노해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박노해 시인이 20여 년간 흑백 카메라를 들고 국경 너머 오지를 유랑하며 쓴 시와 사진 '다른 오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난 그가 여전히 시야를 지구촌으로 넓혀 전쟁과 상처, 억압과 폭력의 현장을 함께 하며 어루만지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사진과 글 속에서 우주와 대지의 깊은 호흡과 숨결을 느껴 본다.
카페에서 박노해사진에세이, <다른 길> 책도 언니한테 선물받으니 좋았다.
난 <박노해의 걷는 독서> 밴드를 가끔 보면서 내 일상의 느슨함을 성찰할 수 있으니 그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새해는 우리 모두가, 나라가, 세상이 조금 더 평안해지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