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23. 7시 전주중부비전센터
전주YMCA에서 주최한 '독일민주시민교육과 민주주의'주제의 김누리교수(중앙대)의 강연을 들었다.
평소에 탁월한 식견과 지성을 보여주었던 김교수의 강연은 역시 감동적이었다.
김교수는 먼저 "한국사회는 위대하고 위험한 사회"라고 말문을 열었다. 최근에 독일에 가서 본 한국의 자동차점유율은 11%였으며 백화점에서 한국의 가전제품은 최고가 제품으로 중심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4.19혁명, 5.18, 6.10 민중항쟁은 세계 민주주의 역사의 모범사례로, 촛불혁명을 바라보며 독일 언론에서는 이제 "유럽과 미국에서는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누리교수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위대하지만 취약하다고 했다.
"우리 민주주의는 왜 이렇게 취약하지?" 질문을 해보면 '광장민주주의와 일상민주주의의 괴리'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의 현실을 지적하며 그러기에 내적 동력이 없다고 진단했다. 즉 대통령은 비판할 수 있으나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사장은 비판할 수 없는 '아주 일상적인 후기 파시즘사회'라는 것이다. 김교수는 후기파시즘사회는 권위주의 사회에 다름 아니며 권위주의 성격이론으로 강자동일시, 약자 혐오, 동조 강박, 공격성, 폭력성, 흑백논리 등 6가지 특징을 꼽았다. 우리 사회를 돌아보니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었다.
1970년 독일의 교육개혁의 핵심 주제는 '경쟁교육은 야만이다'이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나치 청산을 위해서는 히틀러 파시즘의 근원적 세계관인 경쟁 이데올로기를 제거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나치는 이 세계는 무한 경쟁의 세계이며 강자가 약자를, 우월한 민족이 약한 민족을 지배해도 된다는 소셜다위니즘을 내세우며 경쟁, 우열, 지배를 정당화했다.
오늘 한국의 학교는 세계에서 경쟁교육이 가장 극심한 나라이며, 민주주의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파시스트를 기르는 곳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교실에서 결판나야 하는데 OECD나라에서 교사의 정치적 시민권이 박탈된 유일한 나라에서, 정치적 금치산자인 교사의 역할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사들은 그 사회의 가장 강력한 지식인이며, 유럽사회에서 교사는 의회로 진출한 직업군 중 가장 우위에 있다고 했다.(현재 독일 13%, 핀란드 20% 등)
특히 그는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그 것 자체가 병들어 있다."며 에리히 프롬의 '정상성의 병리성'을 설파하고 소비에 너무 긍정적인 한국 사회 모습을 지적하였다. 독일 국민 82%는 소비에 죄책감을 느낀다는 조사가 있다며, 나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미래를 훼손하는 소비가 가져올 파멸적 이데올로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김누리교수는 민주주의 4차원으로 정치민주화, 사회 민주와, 경제 민주화, 문화 민주화를 제시하며 한국과 독일, 유럽의 민주주의를 비교 설명하였다. 한국의 정치 민주화는 어느 정도 실현되었지만 다른 부문의 민주주의는 매우 취약하다고 했다. 그리고 사회 민주화는 개별 조직, 기구에서 구성원들의 합의와 동의에 의한 민주적 절차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한 예로 68혁명 직후 69년 베를린대학의 총장은 학생, 교수, 조교.강사에게 3분할 원칙(각 33.3% 투표권 부여)을 부여, 조교출신이 당선, 연임되었으며 지금까지 최고의 총장으로 평가받는다고 했다.
다음으로 경제 민주화는 경제 조직 안에서의 민주주의, 기업 안에서의 민주주의라며 우리가 알고 있는 독일의 거대 기업들 대부분은 노동자이사의 비율이 50%라고 했다. 따라서 사장은 사실상 노동자들이 선출한다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제도를 가능케 한 '노사공동결정제법안'은 1976년 압도적으로 통과되었기 때문이란다. 이 노사공동결정제도는 독일이 2008 세계금융 위기때 가장 빛을 발했다며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문화 민주화는 사회 구성원들의 관계의 민주화이며 모든 관계가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한 예로 한국의 유리천장지수는 OECD국가중 지난 9년동안 꼴찌라고 했다. 68혁명으로 전 세계가 자본주의의 퇴행적 문제, 흑백 문제, 제국주의 문제, 성문제 등에 민주화가 진행될 때 한국의 박정희 군사독재로 그 문이 막혔던 사실은 너무도 아쉽다고 했다. 그러기에 한국은 억압으로부터의 해방 경험을 갖지 못해 전 세계 흐름에 50여 년 뒤져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사회는 현대 사회를 만들어낸 문화적 정신적 성숙이 결여된 사회라고 진단하며 탈물질주의, 생태주의를 제시했다.
김교수는 한국의 해방 이후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기득권이 강고한 나라라며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정당 구조의 민주화, 진정한 교육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한국 사회에서의 민주시민을 기르는 교육, 진정한 교육 혁명을 되새겨 본 시간이었다. 나는 민주주의자인가! 우리는 일상에서 민주적인 삶을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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